탄수화물이 많은 식품이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치명적인 병을 부르는 비만은 탄수화물 함량이 많은 식품이 주원인이지만 어떻게 체중이 느는지 그 메커니즘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 연구팀은 2023년 연구 보고서를 내고 탄수화물 섭취가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이에 대응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는 구조를 규명했다. 인슐린은 지방세포에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체지방 축적이 촉진된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해당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017년 낸 비만과 인슐린의 관계성 실험을 뒷받침했다. NIH는 인슐린이 에너지를 지방조직으로 보내고, 동시에 체내 다른 조직에서는 에너지 이용을 억제해 세포 수준의 에너지 부족 상태를 유도한다고 봤다. 이로 인해 허기가 심해지고 추가 섭취가 일어나다 보니 체중 증가라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NIH는 지적했다.
탄수화물 식단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레베카 아도치오 박사 연구팀은 2009년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고탄수화물 과식 초기 단계에서 이미 인슐린 신호 전달 이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돼 지방 축적이 가속된다.
장내 미생물도 탄수화물과 비만의 연결 고리라는 실험 보고서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미생물학자 타케우치 타다시 교수 연구팀은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낸 실험 보고서에서 장내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한다고 언급했다. 탄수화물 섭취가 장내 환경에 변화를 줘 대사 질환을 일으키고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로가 확인됐다.
저탄수화물 식단이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근거 역시 이전에 파악됐다. 미국 신시내티의과대학교 호세 라이트 교수 연구팀은 저탄수화물 식단이 인슐린 저항성과 체중 증가 사이의 연결을 약화한다고 2009년 보고했다. 이는 탄수화물 섭취가 체중 증가 메커니즘의 핵심 변수 중 하나라는 가설을 뒷받침했다. 반대로 고탄수화물 식단이 반드시 체중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어 관련 논쟁이 계속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은 섭취하는 칼로리는 같아도 체중과 지방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오사카공립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월 낸 쥐 실험 보고서에서 밀이나 쌀처럼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면 총 섭취 칼로리는 거의 변하지 않지만 체중과 지방이 증가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비만 연구가 주로 지질의 과다 섭취에 초점을 맞췄고, 많은 국가가 주식으로 섭취하는 밀이나 쌀 같은 고탄수화물 식품의 조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점에 주목했다. 쥐를 일반 사료만 먹는 그룹(A)과 일반 사료에 밀가루를 반죽해 구운 것을 원하는 비율로 먹는 그룹(B), 일반 사료와 쌀가루를 반죽해 구운 것을 원하는 비율로 먹는 그룹(C)으로 나눠 체중 변화, 에너지 소비량, 간 지방 축적, 유전자 발현을 조사했다.
그 결과, 쥐는 밀가루와 쌀가루에 강한 기호성을 보였고 일반 사료를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 A 그룹과 총 섭취 칼로리는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B와 C 그룹은 체중과 지방량이 증가했다.
쥐의 호흡 가스를 분석해 산소 소비량 등을 측정한 결과, B 그룹은 에너지 소비량이 적었다. 이는 밀가루 섭취로 인한 체중 증가가 과식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량 감소와 관련됐다는 의미다. 혈액 내 대사물질을 측정하자 지방산 증가와 필수 아미노산 감소가 확인됐고, 간에서는 지방 축적 외에도 지방산 합성 및 지방질 운반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량이 증가했다.
종합해 보면, 탄수화물 섭취가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은 혈당 상승→인슐린 분비 증가→지방 저장 촉진 또는 인슐린 저항성→대사 효율 저하→추가 지방 축적으로 설명된다. 최근 연구들은 탄수화물이 곧 비만이라는 단순 공식에 주목하지 않으며, 총 섭취 열량과 탄수화물의 질(정제 또는 복합), 개인의 대사 상태가 함께 작용하는 데 중점을 두는 추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