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화가 나는 순간 단순히 기분만 격해지는 것이 아니다. 심장박동과 호흡, 혈압이 불안정해지고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뇌 활동도 변화한다. 즉, 화는 인체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에는 인간의 판단 속도 자체를 바꿔 허위정보 확산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선전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인지학회지 Cognition and Emotion 최신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분노한 사람은 신뢰도가 낮은 정보라도 쉽게 공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가짜뉴스를 제공한 뒤 공유 의사를 살폈는데, 분노가 유발된 이들일수록 뉴스의 출처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더 빠르고 충동적으로 공유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분노한 상태에서는 정보를 공유하기까지 필요한 심리적 판단 기준이 낮아지며, 적은 근거만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추측했다. 이 연구는 화가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SNS를 통해 자극적이고 근거 없는 콘텐츠가 빨리 확산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분노는 사람의 몸에 여러 변화를 가져온다. <사진=pixabay>

사람이 화가 나면 일단 감정뿐 아니라 몸이 반응한다. 특히 혈관이 뚜렷한 영향을 받는다.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심혈관계 부담이 커진다. 실제로 여러 역학 연구는 갑작스러운 격분 직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뇌 역시 평소와 다른 상태에 들어간다. 분노 상황에서는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는 반면, 충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 기능은 약화된다. 감정 브레이크보다 가속 페달이 강하게 밟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화가 난 사람은 평소보다 공격적이거나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최근에는 이런 변화를 웨어러블 기기로 감지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2023년 발표한 논문 ‘광혈류측정(PPG)을 기반한 분노 감지(Towards PPG-based anger detection for emotion regulation)’에서 PPG 기반 생체신호만으로 분노 상태를 예측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분노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터득한 자기 방어 수단 중 하나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심박수 변화와 피부 반응 등 생리 데이터가 분노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이를 PPG 같은 장비로 예측해 인체가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올리비에 메트칼프 박사 연구팀도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사람의 분노 상태를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고 지난해 보고했다.

이처럼 인체에 심적·육체적 영향을 주는 분노는 사회적 전염성이 강하다. 중국 퉁지대학교 연구팀은 2016년 조사 보고서 ‘분노는 소셜 미디어에서 기쁨보다 빨리 확산한다(Higher contagion and weaker ties mean anger spreads faster than joy in social media)’를 내고 분노의 사회적 전염성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분노가 사람들에게 즉각적 행동과 공유 욕구를 유발하는데, SNS로 세계인이 하나로 연결된 요즘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분노는 기쁨보다 SNS를 통해 더 빨리 확산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pixabay>

분노는 원래 인간이 자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터득한 생존 전략이다.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전신을 변화하는 강력한 생리 반응이기도 하다. 적절한 분노는 집중력과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를 높이며, 여러 실험에서 과제 수행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이 시스템이 너무 자주, 그리고 오래 작동하면 문제가 벌어진다. 순간적인 분노는 생존을 위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분노는 심장과 혈관, 뇌,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고 학자들은 경고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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