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수량의 많고 적음을 구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눈앞에서 사라진 먹이의 수를 기억해 머릿속에서 더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먹이를 빼는 실험에서는 정답률이 크게 떨어져 덧셈과 뺄셈 능력의 차이가 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연구팀은 바르셀로나동물원에서 생활하는 기린 4마리를 대상으로 수량의 변화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덧셈 능력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도 실렸다.

기린이 어느 정도 수량을 구별하는 것은 선행연구에서 확인됐다. 바르셀로나대학교 연구팀은 2020년 로스차일드 기린을 대상으로 두 가지 수량을 비교해 많은 쪽을 선택할 수 있는지 실험,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연구팀은 이듬해 실험에서 기린에게 좋아하는 당근이 든 용기를 보여주고 더 많은 먹이가 든 쪽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기린은 정확히 하나, 둘, 셋을 세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수량의 차이를 파악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기린이 눈앞에서 사라진 수량을 기억하고 이후 발생한 변화를 머릿속에서 추적할 수 있는지는 그간 의문이었다. 기린은 침팬지나 돌고래, 까마귀 등과 비교해 인지 능력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물이다.

기린이 덧셈을 이해할 가능성이 최신 실험에서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최근 실험에서 기린 4마리를 대상으로 수량의 변화를 추적하는 능력을 확인했다. 우선 기린 앞에 노란색 상자 2개를 놓고 각각 서로 다른 개수의 당근을 넣었다. 기린에게 상자 속 당근을 보여준 뒤 몇 초가 지난 뒤 상자를 가렸다. 이후 별도로 준비한 녹색 상자에서 당근을 하나씩 꺼내 두 개의 노란색 상자 가운데 한쪽에만 추가했다.

당근을 넣는 과정은 기린에 보여주되, 최종적으로 상자 안에 당근이 몇 개가 됐는지는 볼 수 없게 했다. 정답을 맞히려면 기린은 처음 본 당근의 수를 기억한 뒤 나중에 추가된 당근의 수를 머릿속에서 합쳐야 했다.

실험에는 또 다른 장치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두 상자에 처음부터 서로 다른 수의 당근을 넣었다. 한쪽에 당근 1개, 다른 쪽에 2개를 넣은 뒤 당근 1개가 든 상자에 2개를 추가하면 최종 수량은 3개와 2개가 된다. 처음에 당근이 많았던 상자를 선택하면 오답이 되는 구조다. 기린이 정답을 맞히려면 처음 본 당근의 수를 기억하고 추가된 당근까지 고려해 어느 상자의 수량이 더 많아졌는지 판단해야 했다.

상자의 위치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바꾸지 않았다. 기린은 어느 위치의 상자에 몇 개의 당근이 있었고 이후 몇 개가 추가됐는지를 함께 기억해야 했다.

(a) 기린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먹이를 용기에 넣은 뒤 실험 대상 앞에 용기를 배치 (b) 노란색 용기를 5초간 열어 처음 들어 있는 먹이의 수량을 보여줌 (c) 노란색 용기를 닫고 녹색 용기를 열어 추가할 먹이의 수량을 5초 동안 보여줌 (d) 먹이를 하나씩 노란색 용기에 옮겨 넣어 수량을 합침 (e) 특정 용기에 대한 주목 효과를 막기 위해 선택 대상인 두 용기를 각각 건드리는 과정을 5초 동안 진행 (f) 선택 신호를 받은 기린이 두 용기 중 하나를 선택 <사진=바르셀로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그 결과, 기린 4마리 모두 무작위 선택으로 예상되는 수준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평균 정답률은 약 68%로, 아무 상자나 선택했을 경우 예상되는 정답률 50%보다 높았다. 기린들은 최대 5개의 당근까지 수량 변화를 추적했다.

기린은 다만 뺄셈은 약했다. 노란색 상자 두 개에 서로 다른 수의 당근을 넣어 기린에게 보여준 뒤 내용물을 가린 연구팀은 빈 녹색 상자를 준비하고 노란색 상자 가운데 하나에서 당근을 꺼내 옮겼다. 다른 노란색 상자의 당근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기린이 더 많은 당근이 남은 상자를 고르려면 처음 본 수량을 기억하고 이후 빠져나간 당근의 수를 고려해야 했다.

이 실험의 정답률은 50% 안팎으로 떨어졌다. 무작위로 상자를 선택했을 때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인간과 다른 동물에서 관찰된 현상과 유사하다고 봤다.

수의 이해는 침팬지 같은 영리한 동물의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 <사진=pixabay>

바르셀로나대 동물행동학자 조르디 갈바니 연구원은 “어린이는 일반적으로 덧셈보다 뺄셈을 늦게 습득한다. 성인 역시 단순 계산 과정에서 덧셈보다 뺄셈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며 “침팬지 연구에서도 수량을 추가하는 상황보다 제거하는 상황을 추적하는 과제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생 기린은 구성원이 합쳐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이합집산형 사회를 구성한다”며 “주변 동료의 수가 계속 달라지는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개체의 수와 변화를 기억하고 추적하는 능력이 생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만으로 기린이 실제 덧셈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이후 더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수량을 기억하고 변화 과정을 머릿속에서 추적하는 능력이 인간이나 영장류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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