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입장에서 태양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하지만 태양도 영원히 빛나지는 않는다. 약 50억 년 뒤 수소 연료를 모두 소진한 태양은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팽창한 뒤, 외곽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작은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때 지구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학자들은 태양이 모든 에너지를 쓰고 나면 태양계에 속한 행성들도 멸망할 것으로 여겨왔다. 다만 최근 일부 연구는 오래된 상식을 뒤집을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벨기에 뢰번가톨릭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19일 자 국제학술지 Astronomy & Astrophysics에 조사 보고서 ‘태양이 거성으로 변할 때 지구는 어떻게 될까(The fate of Earth during the Sun's giant phases)’를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연구팀은 태양의 극적인 변화에도 지구가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하면서 지구 궤도까지 집어삼킬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태양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질량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면 중력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지구 궤도가 바깥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조석력은 지구를 안쪽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에, 어느 힘이 크냐에 따라 지구의 최후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다만 연구팀은 지구가 살아남더라도 희망적인 미래는 아니라고 봤다. 적색거성이 된 태양의 강력한 복사열 때문에 지구의 바다와 대기는 완전히 사라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량한 행성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다른 결론도 있다. 미국 연구팀은 1997년 조사 보고서 ‘죽어가는 우주: 천체의 장기적 운명과 진화(A dying universe: The long-term fate and evolution of astrophysical objects)’를 내고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지구가 결국 소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는 오랫동안 지구의 최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인용됐다.
영국 연구팀은 2013년에 낸 조사 보고서 ‘백색왜성 주변 저질량 천체의 궤도와 알려진 외계행성의 운명(On the orbits of low-mass companions to white dwarfs and the fates of the known exoplanets)’에서 별이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진화하는 동안 가까운 행성은 대부분 살아남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천문학자들이 백색왜성 주변에서 행성을 잇달아 발견하면서 관련된 논쟁이 다시 활발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행성은 태양과 비슷한 별이 죽은 뒤에도 일부 행성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학자들은 유럽우주국(ESA)이 내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하는 플라토(PLATO) 등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태양과 비슷한 별의 마지막 진화 과정을 정밀 관측하길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