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위성 5만 기를 띄워 밤에도 지상에 햇빛을 비추겠다는 미국 스타트업의 구상이 첫 관문을 넘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시험 위성 에아렌딜(Earendil)-1의 발사와 운용을 승인하면서 계획에 머물렀던 우주 햇빛 반사 기술이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우주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은 21일 공식 SNS를 통해 FCC로부터 에아렌딜-1의 운용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말 길이 약 18m의 초박형 반사막을 펼치는 시험위성을 발사해 우주에서 태양빛을 반사하는 기술을 검증한다. 에아렌딜은 J.R.R.톨킨의 세계관 속 영웅으로, 새벽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다.
FCC의 승인은 리플렉트 오비탈이 지난해 공개한 우주 거울 프로젝트가 황당한 생각이 아님을 보여줬다. 다만 FCC가 허가한 것은 시험위성 1기의 발사와 운용으로, 장기적으로 구상 중인 5만 기 규모의 거울 위성망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리플렉트 오비탈의 구상은 단순하다. 저궤도 위성에 장착한 거울로 태양빛을 반사해 밤 지역을 비추는 것이다. 회사는 이 기술이 가장 먼저 활용될 분야로 재난 지역의 구조활동을 꼽았다. 지진이나 홍수, 산불 등으로 전력망이 무너진 지역에 빛을 공급해 야간 수색과 구조를 지원하는 구상이다. 야간 공사나 산업시설 운영, 태양광 발전 보조 등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번 실험은 단순한 조명 기술을 넘어 우주에서 초대형 구조물을 전개하는 기술을 검증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접은 상태로 발사한 대형 반사막을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펼치고 원하는 위치에서 정확히 태양빛을 반사하는 기술은 향후 우주 태양광 발전이나 차세대 우주 구조물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에아렌딜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장 큰 논란은 밤하늘의 광해다. 천문학계는 수만 기의 반사 위성이 운용될 경우 별빛보다 밝은 인공 반사광이 망원경 관측을 방해하고, 희미한 천체 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저궤도 위성 증가로 천체 관측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또 다른 광원이 추가되면 안 된다는 학자도 있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지적됐다. 밤의 어둠은 철새 이동과 야행성 동물의 활동, 식물의 성장, 인간의 생체리듬 조절에 중요한 요소다. 특정 지역에 반복적으로 햇빛을 비출 경우 기존 인공조명과 다른 형태의 광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우주쓰레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리플렉트 오비탈이 목표로 하는 5만 기 규모의 위성망이 현실화할 경우 저궤도 혼잡과 위성 충돌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에아렌딜 프로젝트는 단순히 밤을 밝히는 위성이 아니라, 인류가 우주에서 지구의 빛 환경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시험하는 첫 사례에 가깝다. 태양에너지를 필요한 시간과 장소로 보내는 혁신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있지만, 밤하늘과 생태계라는 공공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논의도 함께 시작될 전망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