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아니라, 별이 죽으며 일으키는 초신성 폭발일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수리창조연구센터 연구팀은 2023년 발견된 Ibn형 초신성 SN 2023uqf가 극도로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만들어내는 페바트론(PeVatron) 후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페바트론은 입자를 페타전자볼트(PeV) 수준까지 가속하는 천체를 뜻한다. 이는 현재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인 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가속기(LHC)에 비해 무려 140배 높은 에너지다.
우주에서는 끊임없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지구로 날아오지만, 우주선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이동 경로가 휘므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반면 전기적 성질이 없는 중성미자(뉴트리노)는 거의 직선으로 이동해 발생지를 알려주는 우주의 전령으로 불린다.
연구팀은 SN 2023uqf의 밝기 변화를 재현하는 방사유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폭발 충격파가 주변의 고밀도 헬륨 가스와 충돌하는 환경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충격파는 PeV급 입자를 가속하고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연구팀은 계산 결과를 남극의 세계 최대 중성미자 관측시설 아이스큐브(IceCube)가 2023년 검출한 고에너지 중성미자 IC-231004A와 비교했다. 이론 모델이 예측한 중성미자의 발생 시기와 에너지 범위는 실제 관측값과 잘 일치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만으로 IC-231004A가 SN 2023uqf에서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계산으로는 이 정도 거리의 초신성에서 중성미자가 검출될 확률이 약 1만 번에 한 번 수준으로 매우 낮아 통계적으로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초신성의 가시광선 관측과 중성미자 관측을 하나의 이론 모델로 연결해 우주선의 기원을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학계는 향후 아이스큐브와 함께 지중해 심해의 KM3NeT 같은 차세대 중성미자 관측시설이 더 많은 초신성과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검출한다면, 초신성이 우주의 초거대 자연 입자가속기인지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