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입자와 방사선을 막아주는 지구 자기장은 인류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방패로 불린다. 그런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이 자기장의 보호 능력을 새롭게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초강력 태양폭풍에 대한 기존 해석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관측 보고서를 내고, 지금까지 알려진 지자기 반응의 상한선이 실제 자연현상이 아니라 관측 방식에서 비롯된 착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에서는 코로나 질량방출(CME)과 태양풍이 수시로 분출된다. 이 가운데 강력한 입자와 자기장이 지구를 향하면 지자기를 흔들어 위성, 전지구측위시스템(GPS), 무선통신, 전력망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자기는 태양폭풍이 야기하는 물질, 특히 태양풍의 영향을 완화하는 천연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그간 학자들은 태양폭풍이 일정 수준 이상 강해도 지자기 교란은 더 이상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마치 지구 자기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흡수하는 것처럼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NASA는 이러한 포화 현상 자체가 실제 자연의 특성이 아닐 가능성을 떠올렸다.

연구팀은 무려 100만 건 넘는 태양풍 관측 자료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사용된 분석 방식은 극단적으로 강한 태양폭풍의 영향을 제대로 풀이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 연구팀은 관측 위치를 들었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우주물리학자 니틴 시바다스 연구원은 “기존 조사들은 대부분 태양과 지구 사이 약 150만㎞ 떨어진 L1 라그랑주점에서 측정한 태양풍 자료를 활용했다”며 “태양풍은 L1을 통과한 뒤에도 계속 변화하며 지구 자기권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므로 L1에서 측정한 값만으로 실제 지구가 받는 충격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존 분석(왼쪽 그래프)에서는 태양풍이 강해질수록 지구 상층 대기의 전류도 증가하지만, 일정 수준에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포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지구에 더 가까운 곳에서 측정한 태양풍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분석(오른쪽 그래프)에서는 전류가 태양풍의 세기에 따라 계속 증가하며, 포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확인됐다. <사진=니틴 시바다스>

이어 “기존에 관측됐던 상한선은 통계적 특성과 분석 방법에서 나타난 착시일 수 있다”며 “초강력 태양폭풍이 발생할 경우 지구 자기권의 반응은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가 사실이라면 초대형 태양풍이 도래할 때 인공위성과 GPS, 항공 및 해상 통신, 전력망 등에 미치는 위험도 재평가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재평가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자기가 태양폭풍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대규모 통신 장애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니틴 시바다스 연구원은 “우리 연구는 지자기가 태양풍을 막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초강력 태양풍에 대한 지자기의 보호 효과를 해석하는 기존 모델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수백 년에 한 번 나타날 정도의 초대형 태양폭풍 관측 사례가 매우 적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관측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1859년 발생한 캐링턴 사건처럼 역대급 태양폭풍이 오늘날 다시 발생한다면 전력망과 통신망에 막대한 영향을 줄 태양풍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NASA의 이번 연구는 그 위험을 예측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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