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거대 투석기 트레뷰셋에 사람이 직격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스코틀랜드의 한 성에서 발견된 14세기 남성 유골이 해답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머리부터 무릎까지 160곳 넘는 골절상은 한 차례의 초고에너지 충격으로 생긴 것으로 파악돼 비상한 관심이 모였다.
영국 브래드퍼드대학교 조 버크베리 교수 연구팀은 스코틀랜드 스털링성에서 발견된 인골 ‘스켈레톤 150’의 손상 양상을 분석한 결과를 이달 초 독일서 열린 제25회 유럽 고병리학회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켈레톤 150이 고고학 기록에서 확인된 최초의 트레뷰셋 외상 사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의 유골은 1997년 스털링성 내부 예배당 아래에서 발굴됐다. 13~14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22~34세 남성의 유골로, 온몸의 뼈가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스켈레톤 150의 골절상은 두개골 61개를 포함, 총 160개가 넘는다. 손상은 머리와 오른쪽 어깨, 갈비뼈, 오른쪽 다리 등 전신에 걸쳐 나타났고, 상당수는 사망 당시 또는 그 직전에 생긴 둔력 외상으로 판단됐다. 특히 중요한 단서는 골절의 형태로, 일부 갈비뼈는 흔한 낙상이나 일반적인 타격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그재그형 손상을 입었다. 충격 에너지가 상체를 관통하듯 전달된 흔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남성이 성벽에서 떨어지지 않았나 검토했다. 하지만 머리뿐 아니라 가슴과 다리까지 폭넓게 분포하는 골절상은 단순 추락과 맞지 않았다. 말에 밟혔거나 매장 뒤 뼈가 깨졌을 가능성은 골절 형태와 손상 분포 때문에 제외됐다.
결국 연구팀은 교통사고를 떠올렸다. 법의학·의학 문헌에서 비슷한 외상을 찾은 결과, 자동차가 덮치거나 열차가 충돌할 때 나타나는 골절 패턴과 유사했다. 스켈레톤 150은 뒤쪽에서 매우 크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한 번 강하게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14세기 스코틀랜드에 자동차나 열차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때문에 연구팀은 트레뷰셋을 의심했다. 당시 그런 수준의 운동에너지를 만들 물건은 공성용 병기 트레뷰셋 뿐이라는 판단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등 미디어에도 등장하는 트레뷰셋은 긴 지렛대 한쪽에 무거운 추를 달고, 반대편 슬링에 돌을 실어 추의 낙하 에너지로 투사체를 날린다. 대형 장비는 100㎏ 넘는 돌을 수백 m까지 날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버크베리 교수는 “트레뷰셋의 돌에 사람이 직접 맞았다면 일반 무기와 비교하기 어려운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라며 “스켈레톤 150의 광범위한 전신 골절을 설명하기에는 이런 단 한 차례의 고속 충격이 어울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털링성은 1304년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의 대규모 포위 공격을 받았다. 당시 잉글랜드군은 여러 대의 트레뷰셋을 동원했고, 그중에는 워 울프로 불린 초대형 투석기도 포함됐다. 기록을 보면, 이 병기가 성의 석조 방어시설을 파괴했다.
연구팀은 스켈레톤 150이 이 포위전에서 성을 지키던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봤다. 남성을 실제로 죽인 투사체가 워 울프에서 발사됐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트레뷰셋의 위력을 문헌이나 실험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뼈에서 읽어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라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조 버크베리 교수는 “트레뷰셋이 성벽을 깨뜨릴 만큼 강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지만, 투사체가 사람을 직격하면 어떤 부상을 입는지 보여주는 고고학적 자료는 없었다”며 “스켈레톤 150은 이 빈틈을 메우는 보기 드문 자료다. 수많은 골절은 중세 투석기가 사람에 가한 충격이 현대의 교통사고에 비할 정도로 파괴적임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