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오른쪽은 수컷, 왼쪽은 암컷 특징을 보이는 희귀한 야생 새가 실제로 암컷과 짝을 이루고 새끼까지 길러낸 사례가 확인됐다. 암수 특징이 한 개체에 나뉘어 나타나는 암수 모자이크 새가 번식 행동까지 성공적으로 이어간 사례여서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은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미국 일리노이주 힐 앤 데일 자연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보볼링크(쌀먹이새)를 소개했다. 보볼링크는 북미 초원에서 번식하고 남미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로, 번식기의 수컷은 검정과 흰색이 뚜렷하고 암컷은 황갈색 계열의 깃털을 갖는다.

이 새를 처음 발견한 것은 비영리단체 시티즌스 포 컨서베이션의 루크 달버그다. 그는 지난 5월 보호구역에서 번식기 수컷들을 촬영하다 색이 유난히 이상한 개체를 발견했다. 몇 주 뒤 같은 새를 다시 만난 그는 몸의 깃털 색이 세로로 정확히 갈라져 한쪽은 수컷, 다른 한쪽은 암컷처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몸의 오른쪽은 수컷의 검은 깃털, 왼쪽은 암컷의 황갈색 깃털을 가진 암수 모자이크 보볼링크 <사진=루크 달버그>

시카고 필드박물관 조류학자 캐머런 러트는 이 새가 양측성 암수 모자이크(bilateral gynandromorph)라고 판단했다. 보볼링크에서 이런 사례가 파악된 것은 처음이다. 암수 모자이크는 한 개체 안에 수컷형 세포와 암컷형 세포가 함께 존재하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2023년 미국에서 잡힌 바닷가재와 같은 해 뉴질랜드에서 포착된 꿀먹이새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류에서 암수 모자이크는 암컷이 난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염색체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뒤 두 정자가 관여하면서 일부 세포는 ZZ, 일부는 ZW가 되며 발생한다고 추측된다. 문제는 이런 개체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번식하느냐다. 이번 보볼링크는 예상 밖으로 수컷과 거의 같은 행동을 보였다. 수컷 특유의 노래를 부르고 구애비행을 했으며 번식 영역까지 확보했다.

캐머런 러트는 “결국 이 새는 암컷 한 마리와 짝을 이뤄 둥지를 틀었고,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날 때까지 길러냈다”며 “다만 새를 포획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어서, 새끼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이 암수 모자이크 개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000만 분의 1 확률로 나타나는 암수 모자이크 바닷가재가 2023년 미국 메인 주에서 잡혔다. <사진=제이콥 노울즈 인스타그램>
202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발견된 암수 모자이크 꿀먹이새 <사진=존 무리요>

이어 “2008~2010년 미국 일리노이에서 관찰된 암수 모자이크 북부홍관조는 40일 넘게 관찰됐지만 짝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 보볼링크는 실제 짝짓기 행동과 새끼의 육아, 이소(둥지에서 독립)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드문 관찰 사례”라고 평가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만1000종의 조류 가운데 암수 모자이크가 학술적으로 보고된 종은 약 45종, 개체 수로는 100마리 미만이다. 발견 자체도 드물지만,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기간 행동과 번식 과정까지 관찰된 사례는 더욱 희귀하다.

블랙 앤 탠(Black and Tan)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새는 약 두 달간 보호구역에 머물면서 새끼를 키운 뒤에 자취를 감췄다. 학계는 철새인 블랙 앤 탠이 내년 봄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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