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600만 년 전 대형 육식공룡이 새를 잡아먹은 흔적이 분변화석에서 발견됐다. 포식자가 티라노사우루스였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시 최상위 포식자가 새를 먹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였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생물학자 그레고리 윌슨 맨틸라 교수 연구팀은 몬태나주 헬크리크층에서 발견된 공룡 분변화석을 분석한 결과 여러 개의 깃털과 새의 다리뼈, 물고기 비늘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같은 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이 분변화석은 2016년 헬크리크층의 노두에서 나왔다. 물고기 화석을 찾던 연구팀이 골프공 절반 정도 크기의 붉은 갈색 덩어리를 집어 들었고, 확대경으로 표면을 살피다 작은 깃털 하나를 발견했다. 헬크리크층에서는 100년 넘게 화석 조사가 이어졌지만 깃털이 파악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연구팀은 화석의 광물 성분을 분석하고 CT 촬영을 실시했다. 그 결과 내부에서는 여러 개의 깃털과 물고기 비늘, 멸종한 원시 조류 헤스페로르니스의 다리뼈가 3차원 형태로 드러났다. 헤스페로르니스는 오늘날의 아비새와 비슷하게 물속에서 먹이를 잡아먹었다.
그레고리 윌슨 맨틸라 교수는 "분변 속 깃털은 같은 새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됐다"며 "특히 일부 깃털은 네모난 형태의 깃털축을 가졌고 내부는 스펀지 같은 구조였다. 이런 특징은 현생 조류와 그 직계 조상 계통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중생대 깃털에서는 지금까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변을 남긴 공룡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화석의 크기와 내용물, 당시 헬크리크층에 살았던 육식공룡을 고려하면 티라노사우루스나 나노티라누스 같은 대형 육식공룡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로 당시 먹이사슬까지 어느 정도 복원됐다. 분변에서는 고대어 가아류의 작은 비늘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헤스페로르니스가 물고기를 잡아먹은 뒤 다시 육식공룡에 포식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덩어리의 분변화석 안에 당시 호수 주변 생태계의 먹이 관계가 연속적으로 남은 셈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공룡이 새를 먹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깃털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 백악기 말 조류의 몸 구조를 연구할 귀중한 자료도 제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나온 깃털은 중생대에서 발견된 것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사례에 속한다.
그레고리 윌슨 맨틸라 교수는 "해당 깃털은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 이후 일부 새만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일지 모른다"며 "헤스페로르니스는 물가에 서식했지만 대멸종 때 사라진 반면 현생 조류의 조상은 생존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서식 환경보다 깃털의 보온성과 방수 기능, 털갈이 방식 같은 차이가 운명을 갈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학계는 약 6600만 년 전 포식자의 배설물이 당시 새의 생태와 먹이사슬, 대멸종 생존의 비밀까지 동시에 품은 귀중한 자료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향후 다른 분변화석도 CT로 조사하면 학자들이 지나쳤던 깃털이나 작은 뼈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