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티렉스)의 체온이 사상 처음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됐다. 약 6600만 년 전 살았던 이 육식공룡의 체온은 놀랍게도 인간과 거의 비슷한 36℃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 화석의 법랑질에 남은 화학적 흔적을 분석, 체온을 측정한 연구 결과를 1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이번에 분석한 티라노사우루스 이빨 화석 3개는 미국 몬태나주 헬크리크 지층에서 발굴됐다. 이 가운데 2개는 학자들로부터 토머스라는 이름이 부여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됐다.
연구팀은 법랑질 속 탄소와 산소의 희귀 동위원소가 서로 결합하는 정도에 주목했다. 이들 동위원소는 낮은 온도에서는 많이 결합하고 높은 온도에서는 덜 결합한다. 이 때문에 이빨이 만들어질 당시 체온을 역산할 수 있다.
측정 결과 티라노사우루스의 평균 체온은 약 36.3℃였다. 오차 범위는 ±2.5℃다. 인간의 정상 체온인 36~37℃와 상당히 가깝고, 현생 대형 포유류 코끼리의 약 36℃와도 비슷하다. 반면 티렉스의 후손 격인 현생 조류는 대개 40~43℃로 훨씬 높다.
연구팀은 같은 헬크리크 지층에서 나온 고대 악어 이빨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다. 악어의 체온은 약 30.9℃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5℃ 이상 낮았다. 두 화석이 묻힌 뒤 지질 작용 때문에 동위원소 신호가 변했다면 비슷한 값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티렉스 이빨에 기록된 온도가 실제 체온을 반영한다고 판단했다.
UCLA의 생물학자 로버트 이글 연구원은 “티렉스가 스스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내온동물내온이라는 주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성장 속도와 뼈 조직, 고위도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 등을 근거로 티렉스를 포함한 일부 공룡이 스스로 체온을 조절했다는 증거가 꾸준히 쌓였지만 실제 체온을 화석에서 직접 수치로 측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체온 36℃는 티렉스의 생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며 “외부 온도에 의존하는 파충류와 달리 일정한 체온을 유지했다면 추운 날씨에도 활동할 수 있고, 먹이를 쫓거나 넓은 지역을 이동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티라노사우루스류 화석은 백악기 당시에도 겨울에 상당히 추웠던 알래스카에서 발견된다. 연구팀은 이런 생리적 특성이 이 공룡이 북아메리카의 다양한 기후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모든 공룡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연구팀 역시 공룡마다 체온 조절 방식과 대사 수준이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향후 다른 공룡의 이빨에도 같은 분석법을 적용하면 공룡이 언제, 어떻게 오늘날 새와 같은 높은 대사 능력을 갖추게 됐는지 추적할 수 있다고 학계는 기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