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엔켈라두스)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두꺼운 얼음을 뚫고 바다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하의 바닷물이 우주로 분출되는 과정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얼음 알갱이에 농축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프랑크 포스트베르크 교수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수집한 관측자료와 장기간의 실험, 이론 모델을 결합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2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달 25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됐다.

지름 약 500㎞의 엔셀라두스는 두꺼운 얼음 껍질 아래 액체 상태의 바다를 품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남극 지역의 균열에서는 바닷물에서 유래한 수증기와 얼음 입자가 수백㎞ 높이까지 뿜어져 나온다. 카시니는 과거 이 플룸을 여러 차례 통과하면서 염류와 유기화합물을 검출했고, 해저에서 열수 활동이 일어나는 증거도 확보했다.

엔셀라두스의 플룸을 시각화한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바닷물이 얼음 입자로 변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작은 물방울은 얼음 틈을 따라 상승하면서 거의 즉시 얼어붙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분석 결과 물방울은 예상보다 천천히 얼었다.

이 차이는 엔셀라두스 탐사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물방울이 서서히 얼면서 내부에 녹아 있던 염류와 유기물질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리돼서다. 염화나트륨과 탄산나트륨처럼 물에 함께 녹아 있던 서로 다른 염류까지 갈라질 수 있다. 얼어붙은 물방울은 균열을 따라 최고 시속 약 1000㎞까지 가속되고, 벽에 충돌하면서 수 마이크로미터(㎛)의 크기까지 부서진 뒤 우주로 방출됐다.

엔셀라두스의 플룸 사이를 비행하는 카시니의 상상도 <사진=NASA>

이 과정에서 각 얼음 알갱이에는 특정 물질이 비교적 높은 농도로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엔셀라두스 바다에 미생물이 존재한다면 거기서 유래한 물질 역시 다른 성분과 분리돼 일부 얼음 입자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논리다.

프랑크 포스트베르크 교수는 "엔셀라두스가 지구의 화학실험실에서 해야 할 시료 전처리 작업 일부를 스스로 해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탐사선이 플룸을 통과하면서 미생물 물질이 농축된 입자를 포획한다면, 현재 확보된 기술로도 생명지표를 비교적 쉽게 식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NASA가 추진하는 엔셀라두스 오빌랜더의 상상도 <사진=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엔셀라두스는 지구 외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천체 중 하나다. 유럽우주국(ESA)은 보이지(Voyage) 2050 계획의 차세대 대형 탐사 대상으로 엔셀라두스를 선정했다. 현재 구상대로라면 2040년대 초 탐사선을 발사해 약 10년 뒤 엔셀라두스에 도착, 궤도에서 플룸을 분석한 뒤 남극에 착륙해 생명 흔적을 직접 탐색한다.

NASA 역시 엔셀라두스 궤도를 돌며 플룸의 얼음 입자를 분석한 뒤 남극에 착륙하는 엔셀라두스 오빌랜더를 차기 대형 탐사 임무 가운데 하나로 제안했다. 착륙하지 않고 플룸을 여러 차례 통과하며 시료를 분석하는 엔셀라두스 다중 근접비행이 검토 중이라 이번 연구 결과는 더욱 주목됐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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