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남자 축구대표팀의 병역특례 논란이 한창이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과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다만 주장 이기혁은 인터뷰에서 “입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었다”며 “이제 군대 안 간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양민혁은 병역 혜택만 보고 뛰었다고 언급했고, 박승수는 전역모를 삐딱하게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세 선수가 사과했지만 대중문화·예술계와 스포츠계의 병역특례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군 복무로 훈련과 실전이 장기간 중단되면 운동선수의 기량은 정말로 떨어질까.
이 문제를 국내 선수들의 실제 경력으로 추적한 연구가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박소영·우승석 연구팀은 2020년 조사 보고서 ‘엘리트 남성선수의 군복무별 현업복귀율과 선수경력의 비교 분석’을 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대한체육회 선수등록 자료를 이용해 군 복무 형태와 선수 경력의 관계를 추적했다.
분석 대상은 2003~2005년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23개 종목 18~21세 남성 선수 1만7418명이다. 연구팀은 선수등록 기록을 최대 13년간 추적해 일반 현역병과 국군체육부대, 경찰청 체육단, 사회복무, 병역면제, 병역특례 등 복무 형태에 따라 선수 복귀와 경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차이는 컸다. 일반 현역병으로 복무한 경우 선수로 돌아온 비율은 12.49%에 그쳤다. 반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국군체육부대 출신은 78.91%, 경찰청 체육단은 76.55%가 선수로 복귀했다. 사회복무 선수의 복귀율도 71.43%였다. 선수생활 기간도 차이가 났다. 일반 현역병으로 복무한 선수의 경력은 평균 2.46년으로 짧았지만 국군체육부대는 10.21년, 경찰청 체육단은 9.45년, 사회복무는 5.86년이었다. 병역면제 선수는 11.08년, 병역특례 선수는 9.79년으로 각각 집계됐다.
물론 병역특례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모든 선수가 운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선발되면 현역병으로 복무하면서도 훈련과 경기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상무가 모든 스포츠 종목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며, 운영 종목의 선수라도 별도의 선발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상무에 선발되지 못해 일반 현역병으로 복무한 프로선수는 적잖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임종찬은 상무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2022년 현역으로 입대했다. 육군에서 복무한 그는 전역 후 프로 무대로 돌아왔지만, 현역 복무로 실전 감각 등이 떨어져 있었다고 스스로 털어놓기도 했다.
연구팀은 장기간 훈련과 경기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일반 군 복무가 운동선수의 경기력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군 복무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입영 유예 등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운동을 오랫동안 쉬는 것 자체는 선수의 신체 능력을 얼마나 떨어뜨릴까. 이 질문에는 보다 광범위한 스포츠과학 연구가 답을 준다. 중국 화난사범대학 연구팀은 2022년 운동선수의 훈련 중단, 이른바 디트레이닝(detraining)이 최대산소섭취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관련 연구 3315편을 검색해 기준을 충족한 21편의 결과를 종합했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운동 중 인체가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특히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에서 선수의 유산소성 체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기준이다.
그 결과, 짧은 기간 훈련을 중단한 선수에서도 최대산소섭취량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고 장기간 훈련을 중단하면 감소 폭은 더 커졌다. 특히 훈련된 상태에서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았던 선수일수록 장기적인 훈련 중단에 따른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훈련을 완전히 멈추기보다 중단 기간에도 일정 수준의 신체활동을 유지하면 이런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를 함께 놓으면 운동선수들이 병역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일부가 보인다. 국내 선수 추적 연구에서는 일반 현역병으로 복무한 선수들의 복귀율과 선수 경력이 다른 복무 형태에 비해 크게 낮았고, 해외 스포츠과학 연구에서는 장기간 훈련 중단 자체가 운동선수의 유산소 능력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확인됐다.
그러나 여기서 병역특례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곧장 넘어갈 수는 없다. 우선 국내 연구에서 나타난 차이를 전부 군 복무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래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일수록 국군체육부대 등에 선발되거나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해 병역특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현역병과 병역특례 선수의 경력 차이에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경기력 차이도 섞여 있을 수 있다.
디트레이닝 연구 역시 군 복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다. 군 복무 중 어느 정도 운동을 지속하는지에 따라 실제 체력 저하 정도는 달라질 수 있으며 최대산소섭취량 감소가 모든 종목의 경기력 저하를 그대로 의미하지도 않는다. 순간적인 근력이나 기술, 전술적 판단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수의 훈련 단절을 줄여야 한다’는 것과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훈련 단절이 문제라면 국군체육부대와 같은 방식으로 군 복무와 선수생활을 병행하도록 하거나 복무 중 훈련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스포츠과학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장기간 훈련을 중단하면 운동선수의 신체 능력과 선수 경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데까지다. 그 부담을 병역특례로 해결해야 하는지, 다른 선수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 사회가 판단해야 할 문제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