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색채 차이에 달의 지질학적 역사 담겨"
밤하늘에 뜬 달은 대개 회색으로 인식된다. 아이들에게 달을 그려보라 하면 십중팔구 회색 물감을 선택한다. 그런데 달 가까이 다가간 우주비행사들의 눈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노란색을 띤 고원과 녹색이 감도는 산맥, 갈색 줄무늬가 드리운 지형이 관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PDF 파일로 공개한 '아르테미스 2호 달 과학 예비보고서'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서 관찰한 다양한 색채와 그 과학적 의미를 소개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난 4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주변을 비행했다. NASA의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의 두 번째 미션으로, 승무원들은 4월 6일 오리온 우주선에서 달 표면을 관찰하며 지형의 색깔과 밝기, 질감 등을 기록했다.
특히 관심을 끈 곳은 달 앞면 북서쪽의 아리스타르코스 고원이다. 오래전 화산활동이 일어난 이 지역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예상보다 뚜렷한 노란색과 녹색을 발견했다.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는 고원의 일부를 노란 눈이 덮인 산에 비유했다. 리드 와이즈먼은 갈색이 섞인 녹색 유리를 떠올렸으며, 빅터 글로버는 주변 지형에 나타난 갈색 줄무늬를 파악했다.
달 앞면과 뒷면의 경계 부근에 있는 지름 약 950㎞의 충돌 분지 오리엔탈레에서도 색채 차이가 확인됐다. 우주비행사들은 오리엔탈레 분지 안팎에서 회색과 갈색, 황갈색을 구분했다. 크리스티나 코크는 분지 바깥쪽을 둘러싼 코르디예라 산맥의 일부가 이끼처럼 거칠고 녹색을 띠며, 거의 늪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달 표면은 왜 여러 색으로 보일까. NASA에 따르면 달의 색과 밝기는 암석의 광물 조성뿐 아니라 표면의 거칠기, 암석 분포, 달 표토의 특성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아리스타르코스 고원의 갈색과 녹색은 과거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유리 입자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티타늄이 풍부한 주황색 화산유리와 마그네슘이 풍부한 녹색 화산유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아폴로 15호와 17호가 가져온 달 시료에서도 이와 유사한 화산유리가 확인됐다.
이번 탐사에서 주목할 또 다른 성과는 인간의 눈이 가진 관찰 능력이다. NASA는 이번 임무에서 사용한 카메라가 정밀한 색상 측정을 위해 보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의 구두 설명을 중요한 과학자료로 활용했다.
카메라는 표면의 세부 영상을 기록하고 탐사선의 관측 장비는 광물 성분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넓은 지형을 한눈에 살피면서 미묘한 색과 밝기의 차이를 즉시 알아차리고, 주변 지형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ASA는 이번 관찰 자료를 기존 달 궤도 탐사선의 지형·광물 관측 결과와 비교하고 있다. 앞으로 색채 차이가 어떤 지질학적 과정에서 나타났는지 분석하면 달의 화산활동과 충돌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회색으로만 보이던 달에서 찾아낸 작은 색깔의 차이가 수십억 년에 걸친 달의 역사를 읽는 새로운 단서로 떠올랐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