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곰들이 발견됐다. 한살 정도의 어린 캘리포니아 흑곰(Ursus americanus) 몇 마리가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하지 않고 심지어 강아지들처럼 친근하게 행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언뜻 귀엽게 보일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심각한 병에 걸린 결과로, 야생에서 생존할 가능성을 극히 낮출 수도 있다. 더욱이 수의사들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 얼마나 이 병이 빨리 퍼지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어류야생동물국(CDFW)은 곰들이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 등이 유발하는 뇌 조직의 염증과 자가면역반응의 일부인 전염성 뇌염의 한 형태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측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인간에 대한 경계의 상실, 잦은 머리 기울임, 무기력한 움직임, 근육 떨림, 발작, 원 그리며 걷기, 현저한 저체중 등이다.

캘리포니아 흑곰 <사진=pixabay>

CDFW에 따르면 지난해 곰 4마리가 이런 증세를 보여 지난 2014년 이 질병 발견 이래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흑곰은 1982년 1만마리에서 현재는 4만마리로 증가, 질병이 전체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감염된 곰을 구하는 데 참여한 BEAR(Bear Education Aversion Response) 연맹 앤 브라이언트 이사는 "감염된 곰은 사람들에게 평화롭고 친근하며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그들의 행동은 곰이 아니라 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브라이언트 이사에 따르면 2018년 3월 발견된 곰은 학교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 사이에서 개처럼 행동했으며, 2019년에 발견된 곰은 스노보드를 타던 사람들 틈에 껴서 같이 놀고 샌드위치까지 얻어 먹었다. 이사는 "친근한 행동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곰을 길들인 것처럼 취급하다가는 결국 곰의 본성을 건드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곰들은 CDFW의 야생동물조사연구소로 옮겨져 치료를 받거나 증세가 심각할 경우 안락사된다. 실제로 지난 2월 가장 최근 발견된 곰은 심각한 몸상태로 인해 안락사 조치됐다.

CDFW의 야생동물 수의사 브랜든 뭉크는 "조직 분석으로 뇌염에 걸렸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며 "흑곰에서 5개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했으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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