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52)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상용 우주정거장 개발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신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가장 유망한 민간 우주개발 업체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가 탈락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됐다.

NASA는 2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7~12월 진행한 민간 업체 주도의 ‘상용저궤도개발(CLD)’ 입찰 전반 및 각사 평가와 관련된 문서를 공개했다. CLD는 ISS를 대신할 상용 우주정거장을 민간 우주기업에 개발하게 하고 이들 중 우수한 곳을 발굴, 2022~2025년 약 4억 달러(약 5100억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입찰 시스템 SAM(System for Award Management)에도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CLD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유망한 11개 민간업체가 입찰했다. NASA는 지난해 12월 2일 블루오리진과 나노랙스, 노드롭그루먼 등 3개사가 합격했다고 공표했다. 당시 낙찰되지 않은 사업자 정보는 비공개였다.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동원되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사진=스페이스X 공식 홈페이지>

NASA는 CLD에 관한 각사의 기술적 접근 방법과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5단계로 평가했다. 사업 정의나 설계 성숙도를 증명할 수 없다며 DEHAS사 및 하몬 인더스트리는 평가에서 아예 제외했다.

그간 CLD 입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스페이스X는 다목적 발사체 스타십의 파생형 우주정거장을 제안했다.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시스템을 과감히 줄이고 달 탐사에 최적화된 에어록 및 엘리베이터를 강조했다.

스페이스X는 다목적 발사체 스타십이 NASA의 새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달 착륙선으로 선정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현재 민간 우주여행은 물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 및 물자 수송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NASA가 상용저궤도개발 입찰사를 평가한 차트. 녹색이 최고점, 적색이 최저점이다. <사진=NASA 공식 트위터>

NASA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프로토타입 및 실증 계획이 CLD 프로그램과 부합하며 기술적 성숙도를 지닌다며 고평가했다. 다만 장기 운용을 위한 페이로드(적재량)에 관한 정보나 환경제어·생명유지시스템(ECLSS)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상세한 내용이 결여돼 있다고 저평가했다.

문서에는 블루오리진 3개사가 낙찰된 이유도 담겼다. NASA는 블루오리진의 제안서에 대해 “확장 가능한 모듈, 1인승 우주선 구현 등에서 허점이 있다”면서도 “ISS의 미국 구획에서 이용되는 공통 결합 기구(CBM)를 채용, 보다 큰 페이로드를 실현할 수 있고 선외 작업을 위한 로봇 암 탑재, 유지 보수의 유연성 등 기술적 강점이 있다”고 호평했다.

나노랙스의 경우 확장 가능한 ECLSS에 약점이 있지만 인공 중력을 발생시키는 장치의 실현을 위해 생물학 원심기를 내장한 점, 우주정거장을 단일 모듈로 설계해 운용 초기부터 2명 이상 승선이 가능한 점, 간편한 조립을 높이 평가했다.

블루오리진이 구상 중인 민간 우주정거장 '오비탈 리프'(사진 위)와 노드롭그루먼의 우주정거장 상상도 <사진=블루오리진·노드롭그루먼 공식 홈페이지>

군수업체 노드롭그루먼에 대해서는 “CLD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더 큰 페이로드 구현 및 ECLSS를 충족하기 위한 가용 전력이 부족하다”면서도 “승무원을 4명 수용할 수 있고 미래 수요에 따라 확장할 여지를 남긴 점, 유지보수를 위한 선외활동 수요를 줄인 점 등 많은 기술적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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