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의 극단적인 자전축 기울기는 토성의 고리처럼 위성이 야기한 결과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소르본대학교와 이탈리아 피사대학교 등 국제 연구팀은 14일 논문을 내고 옆으로 거의 누운 천왕성의 자전축은 거대 위성으로 인해 야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태양계 행성 천왕성은 자전축이 97.77°도로 확 기울어져 있다. 다른 태양계 행성의 자전축 기울기가 30°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특이한 점이다.

이처럼 천왕성의 자전축이 많이 기울어진 이유에 대해 꾸준히 제기된 가설은 ‘거대충돌설’이다. 다른 행성에서도 그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거대충돌설은 행성 자전축을 기울이는 요인으로 통한다.

다만 이 가설은 충돌한 위성이 소멸한 탓에 뚜렷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고 검증 불가능한 측면이 최대 약점이다. 천왕성과 내부 구조나 대기 조성이 비슷한 해왕성은 이 가설이 이미 배척됐고 자전축도 약 28°라는 점에서 천왕성에 거대충돌설을 막연히 적용하기도 어렵다.

자전축이 약 98°나 기울어진 천왕성.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보이저 2호가 1986년 촬영한 이미지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최근에는 그다지 기울지 않은 목성과 토성의 자전축이 10억 년부터 여러 차례 변화해 현재에 이르렀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목성과 토성에 존재하는 거대한 위성에 의한 조석력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천왕성에서도 검증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위성에 의한 자전축 기울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준비한 연구팀은 다양한 질량과 거리에 존재하는 천왕성 위성을 가정해 40억 년 이상에 걸쳐 모성과 위성 사이의 상호작용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천왕성의 0.044%(지구의 0.64%, 달의 52%)의 질량을 가진 위성이 실존했다면 수백만 년 천왕성의 자전축이 간단히 80° 이상 기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질량이 현재 천왕성을 공전하는 티타니아 등 27개 위성에 비해 최대 4배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왔다.

천왕성의 가장 큰 위성 티타니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자전축 기울기가 이 정도에 이르면 위성의 궤도와 천왕성의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가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처럼 무질서한 상태는 결국 거대한 위성이 천왕성에 충돌하는 식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모성과 상호 작용하던 거대 위성이 충돌해 사라지면서 천왕성의 자전축 기울기는 옆으로 넘어진 상태에서 반영구적으로 고정됐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이 경우 위성이 현존하지 않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거대 위성이 시뮬레이션 결과 도출된 질량을 가졌고, 궤도 반경이 천왕성 반경의 10배 이상 범위에서 변화했다고 가정하면 이 시나리오가 80% 이상 확률로 들어맞았다.

연구팀은 거대 위성이 천왕성에 충돌했다는 이번 가설이 거대충돌설과 마찬가지로 직접 검증이 불가능한 점은 인정했다. 다만 현존하는 천왕성의 위성들이 단서가 될지 모른다고 여지를 두고, 이를 추후에 진행될 시뮬레이션에서 검증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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