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살상력을 가진 무기를 갖춘 로봇을 실전 배치할 수 있게 됐다. 강력 범죄를 근절할 대책이라며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람을 위해 만든 로봇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터미네이터’ 속 스카이넷이 현실이 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SFPD)은 지난달 30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한 위협이 되는 범죄 현장에 향후 살상력을 갖춘 로봇을 투입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SFPD는 최근 내놓은 강력 범죄 대책 원안에 “일반 시민이나 경찰 생명에 관계되는 중대한 위협에 있어 다른 선택 가능한 실력 행사보다 낫다고 판단될 경우, ‘살상력 있는 무기’로서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살상 무기를 갖춘 로봇은 강력 범죄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자 능동적 대책으로 전부터 주목받았다. 다만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만만찮았다. SFPD의 새로운 강력 범죄 대책은 당연히 논란이 됐고, 통과도 어려워 보였지만 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8 대 3으로 승인 처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찰국(SFPD)이 압수해 공개한 무기들. SFPD는 날로 흉악해지는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살상 무기를 갖춘 로봇을 범죄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SFPD 공식 페이스북>

이에 따라 SFPD는 향후 훈련받은 경찰에 의해 조작되는 로봇을 사건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무기를 갖춘 이 로봇의 목적은 위험한 용의자의 무력화다.

감독위원회는 ‘살상력 사용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중대한 상황’이라는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어쨌든 SFPD는 영화 ‘더 록’이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자신들이 등장한 영화 속 장면처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이제 살상용 로봇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SFPD는 현재 원격 조종 로봇 ‘리모텍(Remotec) F5A’ 17대를 운용 중이다. 이중 제대로 작동하는 로봇 12대가 상황에 따라 무장하게 된다. 감독위원회는 이들 로봇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 ▲범인 체포 ▲중대 사건 및 긴급 사태 진압 ▲영장 집행 ▲수상한 물건 검사 투입도 허용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역작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풍요로운 인간의 삶을 위해 개발된 로봇이 인류 말살을 시도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사진=영화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스틸>

SFPD는 지금까지 ‘리모텍 F5A’를 폭발물 및 위험물 처리에 주로 활용했다. 감독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 로봇에는 12구경 산탄총이나 유탄발사기, 기관총, 심지어 50구경 저격소총 등 각종 살상 무기가 장착된다.

이번 결정과 관련, SFPD는 “경찰은 지금까지 시민이나 경찰관 생명과 관련된 위협에 있어 다른 선택지보다 나을 경우 살상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경찰을 대신해 투입될 로봇은 극히 위험한 예외적 상황에서만 사용되며, 구체적인 상황 설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찰이 SFPD의 강력 범죄 대책 이전에 살상 로봇을 현장에서 사용한 사례는 이미 있다. 2016년 댈러스 경찰은 경관 5명을 살해한 용의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폭탄 로봇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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