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갱을 중력 전지로 활용하면 지구촌 전체의 전기 사용량을 충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는 11일 국제 학술지 '에너지스(Energies)'에 실린 논문에서 버려진 갱을 중력 전지로 활용하는 친환경 축전 방안을 소개했다.

IIASA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정확히 '지하 중력 에너지 저장소(Underground Gravity Energy Storage, UGES)'다. 전력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친환경 전력 생산법이 요구되는 지금, 인류가 활용할 것은 폐갱의 재활용이라는 주장이다.

중력 전지란 중력에 따른 위치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를 배터리처럼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으면서 차세대 전력 생산 및 축전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얻은 에너지를 모아두는 '에너지 축적 시스템(ESS)'의 일종이기도 하다.

세계 각지의 버려진 갱을 중력 전지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사진=pixabay>

중력 전지의 개념 자체는 등장한 지 제법 오래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댐 역시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일종의 중력 전지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얻은 전기에너지를 잘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것이다. 그 방법을 두고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IIASA는 자원이 고갈된 뒤에는 폐쇄되는 갱, 즉 지하에 판 구멍에 주목했다.

IIASA 관계자는 "쓸모가 없어진 폐갱은 중력 축전 시스템 재이용이 가능하다"며 "남은 전기로 모래 등의 무게를 폐갱 리프트로 들어 올리고 에너지가 필요할 때 리프트를 떨어뜨려 터빈을 돌리고 발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폐갱을 중력 전지로 활용하는 개요도 <사진=II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댐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고 그에 따라 회전하는 터빈으로 발전한다"며 "폐갱을 이용한 중력 전지 시스템도 기본 개념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폐갱을 활용한 중력 전지의 장점은 보통 전지와 같이 방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전지는 사용하지 않아도 조금씩 전기가 줄어들지만 중력 전지는 물체의 위치 에너지로서 축적되므로, 방치한다고 줄지 않는다.

특히 폐갱은 전 세계에 무수히 존재한다. 인프라가 모두 구축돼 있는 셈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폐갱이라고는 해도 대부분 전력망 등 기본 시설을 갖춰 개발비가 적게 든다"며 "광산 채굴이 끝나면 탄광촌의 경제는 괴멸적 타격을 입는데, 폐갱을 살리면 쇠퇴한 광산촌의 부활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세계 각지의 버려진 갱을 중력 전지로 쓸 경우 기대되는 발전량 <사진=IIASA 공식 홈페이지>

IIASA의 UGES는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폐갱 리프트와 컨테이너로 대량의 모래를 상부까지 운반한다. 전력이 필요할 때 모래가 들어간 컨테이너를 리프트로 하강한다. 이때 회생 브레이크를 사용해 발전하고, 전기가 필요한 각지로 송전한다.

IIASA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의 폐갱만 활용하더라도 최대 70테라와트시(TWh)를 발전할 수 있다. 2021년 세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약 25TWh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준이다.

폐광 중력 전지에 대해 IIASA는 "더 큰 규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폐갱 중력 전지의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려 한다"며 "버려진 갱을 축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는 기존 자원을 활용,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고 죽은 탄광촌까지 살리는 진정한 친환경 축전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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