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동서 문명이 교차한 튀르키예에서 수수께끼의 석판이 발굴돼 조사가 한창이다. 학자들은 견고한 성터에서 나온 의문의 석판이 동로마제국 시대 성과 무덤의 액막이였다고 추측했다.

앙카라하치바이람벨리대학교 고고학자 알리 보란 교수 연구팀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튀르키예 남부 실리프케 지역의 해발 185m 언덕에 자리한 동명 성에서 나온 석판을 소개했다.

실리프케 성은 비잔틴 건축 양식이 두드러진 요새로 튼튼한 참호로 둘러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을 조사한 학자들은 실리프케 성이 감시용 탑을 24개나 갖췄고 벙커 역할을 하는 지하실까지 숨기고 있었다고 본다. 이 성은 7세기 아랍인들의 공격이 한창일 때 동로마 제국의 보루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튀르키예 남부 실리프케 성터에서 발굴된 석판. 액막이로 추측된다. <사진=Anadolu Agency·알리 보란>

이 성의 발굴 조사를 진행해온 연구팀은 서쪽 모스크에서 석판을 발견했다. 알리 교수는 거기 적힌 내용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역사학자 및 언어학자들과 협력했다. 그 결과 석판은 성과 무덤을 공격하는 적과 악마를 퇴치하기 위한 부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알리 교수는 "비문을 전문적으로 조사해온 전문가와 함께 상세한 분석을 진행했다"며 "비문의 내용이 드러날수록 실리프케는 단순한 고대 도시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비문에는 분명 무덤이 언급되지만 지금까지 실리프케 성터 안에서 묘소가 확인된 적은 없다"며 "비문을 토대로 탐사를 진행하면 숨겨진 동로마 제국의 무덤과 마주할지 모를 일"이라고 기대했다.

현재에도 튀르키예 사람들이 애용하는 나자르 본주 <사진=pixabay>

연구팀은 석판이 그다지 크지 않은 점에서 동로마제국 사람들이 중요한 시설에 거는 식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영향인지 튀르키예 사람들은 지금도 액막이를 휴대하거나 집 문에 건다. 유명한 것이 푸른 물방울 속에 눈알을 담은 듯한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다.

알리 교수는 "석판 부적은 아나톨리아 지역의 역사를 보다 자세히 알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며 "비문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가 몰랐던 실리프케 성의 문화적, 역사적 역할까지 알게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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