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염소, 몸통은 물고기인 기묘한 생물이 약 2200년 전 이집트 암각화에서 확인됐다. 고대 이집트인이 황도십이궁(황도12궁)의 개념을 알았음을 보여주는 첫 증거라는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호주 매쿼리대학교 역사학자 린다 에반스 박사 연구팀은 29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이집트 암각화 조사 과정에서 황도12궁의 열 번째 별자리 염소자리의 상징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것은 나일강 서안의 이집트 도시 에드푸에서 남쪽으로 30㎞ 떨어진 엘 호쉬의 페트로글리프, 즉 대규모 암각화다. 머리는 염소, 몸통은 물고기로 생각되는 가공의 생물인데, 이는 염소자리를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린다 에반스 교수는 "지금까지 이집트 암각화에 황도12궁에 속하는 별자리나 그 상징물이 들어간 첫 사례는 기원전 305~30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것"이라며 "고대 이집트인들은 마구잡이로 생물을 바위에 새겼을리 없다. 염소와 물고기 상징물은 물론 주변에 새겨진 동물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집트 및 주변 문화의 신화를 죄다 대조하는 험난한 연구가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황도란 태양 궤도를 나누는 12개 별자리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황도대를 30°씩 12등분해 부근 별자리의 이름을 딴 것이 황도12궁이다. 염소자리가 최초로 그려진 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로 거슬러 올라가며, 기원전 2112~2004년 만들어진 원통 인장의 것이 유명하다.
린다 에반스 교수는 "염소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속 물의 신 엔키(아카드 문화의 에아에 해당)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신은 오늘날 염소자리로 알려진 별자리와 연관됐다"며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별들이 지구상의 사건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고, 이러한 생각에서 점성술의 기초가 되는 황도12궁의 개념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황도12궁을 딴 가장 오래된 별점이 대중에 보급된 것은 기원전 420년의 일로, 이번 발견은 기원전 300년 경 이집트에도 퍼졌음을 시사한다"며 "이집트인들이 황도12궁에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예는 그리스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때 신전 천장에 그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시대에는 비슷한 유형의 도안이 보편화돼 염소자리를 포함한 황도12궁이 무덤과 관 뚜껑, 건물 천장, 동전 등 여러 곳에 들어갔다.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이런 황도12궁 상징물을 이집트에 가져가 보급했고, 염소자리와 관련된 암각화가 발견됐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린다 에반스 교수는 "그리스의 영향력이 컸던 기원전 2세기 이전 염소자리의 꼬리는 곧게 그려졌고, 로마시대에는 고리 모양으로 변했다"며 "염소와 물고기를 혼합한 암각화가 그려진 동기는 알 수 없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수수께끼지만 염소 물고기가 그려진 시대와 장소, 특징을 종합하면 염소자리를 의미한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