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 눈을 계속 바라보는 것이 부담될 때가 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다. 이 현상의 내면을 보면, 뇌의 정보처리 방식과 같은 의외의 사실이 숨어있다.

일본 교토대학교 쇼고 카지무라 박사 연구팀은 대화 중 시선을 피하게 되는 이유는 뇌 연산 문제라는 실험 보고서를 2016년 발표했다.

피실험자 26명을 모은 연구팀은 무작위 단어 연상 게임을 실시했다. 피실험자들은 컴퓨터로 생성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에 시선을 주면서, 제시된 명사와 연관된 동사(나이프-자르다, 찌르다 등)들을 나열했다.

실험 결과, 피실험자들은 동사 연상이 쉬운 문제는 화면 속 캐릭터와 눈을 잘 맞췄다. 다만 문제가 어려워지자 피실험자들이 눈앞의 캐릭터와 눈을 제대로 맞추는 확률이 떨어졌다. 

대화 상대의 눈을 쳐다보는 것은 예의이자 올바른 대화 방법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뇌에 부담을 줄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타인과 시선을 맞추는 것과 정보를 떠올리는 행동이 뇌의 동일한 인지 자원을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양자 간의 간섭이 일어나면서 뇌의 처리 능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연구팀은 2017년 실험 보고서를 내고 사람이 생각할 때 시선을 피하게 되는 인지부하의 원리를 소개했다.

원래 인간은 인지적 부담이 커지면 의도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모으고 암산 같은 과제를  제시하고, 동시에 눈앞에 시각 자극을 줘 아이트래커로 관찰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과제가 어려울수록 눈앞의 시각 자극을 더 자주 회피했다. 시선을 돌리는 행동이 집중을 돕는 전략의 하나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시선 회피가 단순한 무의식적 행동이 아니며, 대화 중 눈을 피하는 것은 상대의 눈이라는 강한 시각 자극을 줄여 생각에 집중하려는 본능이라고 봤다.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사진=pixabay>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낸 실험 보고서 군중 속에서 시선 회피: 웨어러블 시선 추적 대규모 연구(Eye contact avoidance in crowds: A large wearable eye-tracking study)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피실험자들에게 웨어러블 아이트래커를 제공한 연구팀은 사람으로 붐비는 축제 현장을 걷게 했다. A 그룹에는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고 했고, B 그룹에는 자유롭게 시선을 돌려도 좋다고 했다.

그 결과, A 그룹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거나 바닥을 보는 방식으로 눈 접촉을 회피하는 대신 다리, 바닥 등 낮은 위치를 더 많이 응시했다. 이때 이동속도 등 행동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인간이 뇌 부하와 관계 없이 의식적으로도 시선을 회피하는 데 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연구팀은 사회적으로 불안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 얼굴, 특히 눈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선 회피를 단순히 소극적인 성격으로 판단하기는 무리라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들은 불안감이 클 때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상황에서 시선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조사에 참가한 마이클 웨스텐버그 박사는 “이는 눈 맞춤이 단순한 시각적 행위가 아니라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동반하는 사회적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선행연구들을 종합할 때, 사람이 대화 상대의 시선을 회피하는 이유는 뇌의 정보 과부하 방지, 평가를 의식한 심리적 부담, 의도적 행동으로 압축된다. 눈을 피하는 건 인간 본연의 기능으로, 이 행동을 마냥 소극적이거나 자신감 부족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학자들 이야기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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