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를 복용하더라도 양질의 잠을 자기 어려운 과학적인 이유가 밝혀졌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수면제의 주요 성분이 뇌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스템을 방해할 우려가 확인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8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게재했다. 뇌는 혈액뇌관문 등 장벽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온몸의 모든 세포와 마찬가지로 뇌세포가 많은 노폐물을 만들기 때문에 정기적인 청소가 필수다.

연구팀은 수면제를 써 푹 잠을 자더라도 깨어나면 개운하지 않은 이유를 추적했다. 수면제를 복용한 실험용 쥐의 뇌를 스캔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부신에서 생산되는 카테콜아민족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의 역할에 주목했다.

동물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피로감 등을 느끼게 된다. <사진=pixabay>

조사를 주도한 나탈리 하글룬드 박사는 "동물의 수면은 뇌의 글림프 시스템(Glympatic system)이 중요하다. 뇌척수액이 뇌세포가 야기한 오염물질을 림프계로 흘려보내는 세정기능을 맡기 때문"이라며 "이 시스템이 망가지면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의 글림프 시스템은 항상 가동되지만, 특히 중요한 기능의 대부분은 수면 중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각성 상태에서 잠으로 이행하는 논렘 수면(NREM sleep)의 마지막 단계인 깊은 잠(deep sleep)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 약 50초마다 작은 파도처럼 방출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가 최고치에 달하면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가 감소하고 뇌척수액이 림프계를 흐르면서 세포의 노폐물을 모으는 공간이 마련된다. 다시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떨어지면 글림프 시스템이 리셋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뇌의 노폐물은 글림프 시스템에 의해 세척된다. <사진=pixabay>

수면제로 자주 사용되는 졸피뎀을 실험용 쥐에 투여하자 일반 쥐에 비해 노르에피네프린 방출량이 50%나 떨어졌다. 그 결과, 글림프 시스템의 기능 역시 30% 이상 저하돼 버렸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뇌에서 벌어진 현상이 사람에게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글림프 시스템이 서로 유사한 점에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즉, 졸피뎀과 같은 수면제를 먹으면 신속하게 잠들 수 있지만 약이 예상외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삶의 질까지 저하할 수 있다고 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