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2000년 전 사람들이 아라비아반도 북부 사막에 남긴 암각화는 오아시스로 인도하는 표지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지역에 남은 고대인의 암각화는 유형이 제각각이고 용도도 다양한 것으로 추측돼 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단체 그린 아라비아 프로젝트(Green Arabia Project, GAP)는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GAP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내륙에 펼쳐진 나푸드 사막에 남은 1만2000년 전 암각화를 중점 조사했다. 이들 암각화에는 낙타, 야생염소, 소의 조상인 오록스, 말 등이 거의 실물 크기로 담겨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암석판에 실물 크기로 새겨진 오록스와 야생염소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공식 홈페이지>

각 암각화의 용도를 알아보던 연구팀은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을 오아시스로 안내하는 이정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결론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고고학자 아흐메드 알 샤마리 박사는 "마지막 빙기 말기의 건조한 환경에 사람들은 계절마다 나타나는 수원에 의지해 사막을 건넜을 것"이라며 "이러한 암각화는 한정된 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귀중한 내비게이션이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제벨 아르난과 제벨 말리하, 제벨 미스마 등 나푸드 사막 내 3개 지역에 분포한 암각화 총 62면을 분석했다. 여기 새겨진 동물과 인간, 기하학적 무늬는 총 176개이며 모두 구석기시대 말에서 중석기시대의 것으로 파악됐다.

아흐메드 박사는 "서로 다른 시기에 새겨진 암각화를 색으로 구분해 분석했다"며 "대부분의 동물은 실물 크기로 사실적으로 조각됐다. 낙타가 90점으로 가장 많고 야생염소가 17점, 말과 정체 모를 동물 15점, 가젤 7점, 그리고 오록스 1점이며 낙타 발자국이나 인간 형상, 가면 같은 것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파노라마 사진처럼 양옆으로 넓게 그려진 암각화. 대부분 높은 지역에 새겨져 오아시스의 이정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공식 홈페이지>
암각화는 대부분 높은 곳에 새겨져 오아시스의 이정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공식 홈페이지>

이어 "어떤 바위 표면에는 실물 크기의 낙타 19마리와 말과 정체가 불분명한 동물 3마리가 조각됐다"며 "파노라마 사진처럼 양옆으로 펼쳐진 암각화는 시야가 탁 트인 절벽의 높은 곳에 집중되며 최대 높이 39m에 이르는 암벽에도 새겨져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인이 최소한의 장비를 갖고 높이 39m 암벽에 올라 목숨을 걸고 암각화를 새긴 이유가 물이라는 입장이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이 가장 중요하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암각화는 영역의 권리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었다고 추측했다.

아흐메드 박사는 "나푸드 사막의 암각화는 세계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조각의 스케일이나 구도, 배치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며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고대인의 독자적 문화와 생존 방식을 보여주며, 최종 빙기에서 완신세로 이행한 인류의 행동과 적응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