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여배우 틸리 노우드의 등장에 할리우드가 연일 들썩였다. 고도화한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있었는데, 할리우드 배우들은 틸리 노우드 자체가 명백한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영화배우조합-미국 텔레비전·라디오 방송인 연맹(SAG-AFTRA)은 2일 공식 입장을 내고 세계 최초의 AI 배우로 주목받는 틸리 노우드가 일선에서 노력하는 배우와 제작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정했다.
틸리 노우드는 영상 프로덕션 파티클식스(Particle6)가 창조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21회 취리히영화제에 첫 등장했다. 파티클식스는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의 AI 배우 스튜디오 사이코이아(Xicoia)도 발표했다. 향후 다양한 사이코이아 소속 AI 배우들을 실제 인물들처럼 관리하고 작품에 투입할 계획이다.
배우들은 자신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연기력을 틸리 노우드가 순식간에 흡수한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SAG-AFTRA 관계자는 "틸리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무수한 프로 연기자들의 기술을 집어삼킨 도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틸리 노우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생성된 캐릭터일 뿐이며, 실제 배우의 연기나 기술을 기계학습으로 빼앗은 날강도"라며 "이런 파렴치한 짓으로 배우들은 일자리를 뺏기는 것도 모자라 소중하게 쌓아 올린 예술성까지 파괴당했다"고 토로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편을 준비 중인 할리우드 배우 에밀리 블런트(42)는 2일 영화지 버라이어티에 "이런 식의 AI 활용은 좋지 않다"며 "개발자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관객-배우의 소중한 연결고리를 빼앗지 말라"고 호소했다.
멕시코 배우 멜리사 바레라(35)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이런 경우가 앞으로 더 생길텐데, 여기 소속한 배우들 진짜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기분 나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글을 인용한 미국 배우 마라 윌슨(38)은 "AI 배우는 그냥 나오나. 수많은 진짜 배우 연기를 주워 먹고 얼굴을 합성한 것 아닌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밖에도 영화 '허슬러'로 이름을 알린 배우 트레이스 리셋(44)은 "틸리 노우드는 붐비는 점심 줄에 끼어들고서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영국 배우 랄프 이네슨(56)은 X에 글을 올리고 "AI 배우들 다 사라져라"고 일갈했다.
배우들의 반발에 대해 틸리 노우드의 창조자이자 파티클식스 창립자는 "AI 배우는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인 작품, 즉 예술 작품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