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침팬지들이 하루 맥주 한 잔 분량의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야생동물이 자연적으로 생성된 알코올을 먹는 사례는 전부터 확인됐지만, 침팬지의 알코올 섭취량이 의외로 많은 점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B) 동물학 연구팀은 지난달 중순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야생 침팬지가 하루에 섭취하는 알코올의 양은 학자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소개했다.

술을 마시는 습관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야생 원숭이나 햄스터가 알코올을 즐겨 섭취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침팬지도 예외는 아닌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 양이 제법 상세하게 특정됐다.

야생 침팬지가 섭취하는 과일은 자연적으로 발효된 것도 있어 알코올 섭취가 이뤄진다. <사진=인공지능(SORA) 생성 이미지>

UCB 동물학자 알렉세이 마로 연구원은 "침팬지가 먹는 익은 과실에는 자연 발효에 따라 발생한 알코올의 일종인 에탄올이 포함돼 있다"며 "우간다와 코트디부아르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야생 침팬지를 대상으로 하루 섭취하는 에탄올 양을 자세하게 측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침팬지가 먹는 과일 20여 종의 에탄올 농도는 평균 약 0.3%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침팬지는 하루에 약 4.5㎏이나 되는 과일을 먹기 때문에 일일 에탄올 섭취량은 약 14g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알코올 섭취량 약 14g은 알코올 농도가 대략 5%인 맥주 약 한 잔(약 280㎖)에 해당한다. 침팬지는 하루에 체중의 5~10%에 해당하는 익은 과일을 먹기 때문에 비록 저농도라도 하루 흡수하는 알코올의 양은 상당히 많다.

술 취한 원숭이는 인간이 술을 즐기는 원인이 원숭이가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오랫동안 먹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사진=pixabay>

이번 발견은 UCB 동물학자 로버트 더들리가 10년 전 제창한 술 취한 원숭이 가설(drunken monkey hypothesis)을 뒷받침한다. 인간이 술을 즐기는 원인은 원숭이가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오랫동안 먹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알렉세이 마로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현생·근연종 동물이 생리학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먹는 것을 알게 해줬다"며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은 점점 정설이 돼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우리 연구에서는 침팬지가 알코올을 함유한 과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지, 아니면 우연히 먹은 과일에 알코올이 포함돼 있는지까지 밝히지는 못했다"며 "향후 조사에서 이 부분이 명확해지면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 한층 다듬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햄스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탄올을 소비하는 주당 중의 주당이다. <사진=pixabay>

참고로 말벌과 햄스터도 침팬지만큼 주당으로 유명하다. 오리엔트 말벌이 무려 농도 80%의 알코올을 대사 한다는 사실이 지난해 이스라엘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영국 학자들은 2022년 연구에서 햄스터가 성인이 하루 와인 21병을 들이켠 것과 맞먹는 약 20g/㎏의 에탄올을 소비한다는 논문을 냈다.

알렉세이 마로 연구원은 "이런 동물들은 천연 알코올을 통해 칼로리를 얻는데,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농도 4% 이상의 에탄올을 섭취하면 부작용이 커 진화 과정에서 몸에 맞는 알코올 섭취량을 각각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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