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오리속(Mobula) 중에서도 커 몸의 폭이 최대 10m에 달하는 대왕쥐가오리(Mobula birostris)는 진로를 읽기 위해 심해 1200m까지 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공동 연구팀은 15일 국제 해양생태계 학술지 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이 같은 내용의 추적관찰 보고서를 냈다.

모든 가오리류 중에서 가장 큰 대왕쥐가오리는 성체의 몸 가로 폭이 8m 정도다. 개중에는 몸무게가 3t 넘는 개체도 있다. 커다란 가슴지느러미를 날갯짓하듯 우아하게 움직이는 대왕쥐가오리가 수심 1200m나 되는 심해로 잠수하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대형종인 쥐가오리를 포함, 전체 가오리 중에서 가장 큰 대왕쥐가오리 <사진=pixabay>

호주 머독대학교 수생생물학자 캘빈 빌 박사는 "대왕쥐가오리가 깊이 잠수하는 것은 먹이를 잡거나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들은 인간이 스마트폰 지도 앱을 봐가며 이동하는 것처럼 바다의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진로를 찾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왕쥐가오리는 대서양 연안의 얕은 해역에 서식한다고 생각됐지만 외형 관찰과 유전자 해석 결과 이는 다른 가오리류로 파악됐다"며 "최신 관찰조사를 통해 정작 대왕쥐가오리들은 1㎞도 넘게 잠수해 이동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동부 라자 암팟과 페루 서북부 툼베스 연안, 뉴질랜드 북부 황가로아 근해에 나타나는 대왕쥐가오리 총 24마리에 소형 위성 태그를 붙였다. 태그 중 8개는 일정 기간 뒤 자연스럽게 떨어져 해수면으로 떠오르게 설계됐다. 16개는 위성과 통신해 대왕쥐가오리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인도네시아(A)와 페루(B), 뉴질랜드(C) 해역을 도는 대왕쥐가오리들의 잠수 깊이를 보여주는 표 <사진=프런티어 공식 홈페이지>

이 조사에서 얻은 대왕쥐가오리들의 이동 정보는 총 2705일 분량이다. 가오리들은 총 4만6945회나 잠수했다. 수심 500m 넘는 잠수 시간은 총 79일에 달했고, 가장 깊은 잠수는 1250m였다.

캘빈 빌 박사는 "대왕쥐가오리는 몇 회에 나눠 단계적으로 깊이 잠수하는 습성이 있다"며 "이는 수온이 떨어지는 데 적응하고, 중간에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박사는 "잠수 후에는 심해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해수면 근처에 돌아와 잠시 머물렀다"며 "그 후 73시간에 걸쳐 약 200㎞를 이동한 개체도 있었다. 즉 이런 유형의 잠수는 먹이를 찾기 위해서도,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도 아닌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황가로아 연안을 도는 대왕쥐가오리 일부는 무려 1200m 깊이까지 잠수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희한한 잠수 패턴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위 환경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고 봤다. 인간이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면서 이동하는 것처럼, 대왕쥐가오리도 바다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해 여행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잠수 깊이의 차이도 주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나 페루에서 관찰한 개체들은 1250m와 같은 극단적인 깊이까지 잠수하지 않았다. 이는 해저 지형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두 지역의 연안은 비교적 얕아 심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뉴질랜드 근해는 해저가 급격히 깊어져 심해 잠수가 상대적으로 쉽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대왕쥐가오리의 심해 잠수 능력을 알게 해 준 한편, 멸종 위기에 몰린 이 종의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다. 대왕쥐가오리는 어업에 의한 혼획이나 지느러미 거래를 노린 남획에 희생되고 있다. 원래 번식력이 극히 낮아 개체수 회복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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