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늑대가 게잡이 통발의 끈을 당겨 먹이를 꺼내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포착됐다. 늑대가 도구를 사용하는 분명한 증거일 가능성에 많은 학자들이 주목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동물행동학자 카일 아르텔레 박사 연구팀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Ecology and Evolution 17일자에 먼저 실렸다.
본 조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하일추크 원주민이 연안에 출몰하는 외래종 녹색게를 구제하기 위해 친 통발이 출발점이다. 원주민들은 통발을 뭔가가 끌어올려 미끼만 꺼내 먹는 일이 잦아지자 CCTV를 설치했고, 뜻밖에 야생 늑대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원주민들 제보로 조사에 나선 연구팀은 영상 분석 과정에서 야생 늑대가 끈을 물고 통발을 당겨 해안으로 올린 뒤 이빨로 찢고 미끼로 넣은 청어나 바다사자 고기만 꺼내 먹는 것을 확인했다.
카일 박사는 "통발 일부가 끌어올려져 안에 넣어둔 고기만 깨끗이 사라졌다"며 "얕은 여울이라면 몰라도 깊은 바다에 가라앉힌 통발까지 물가에 올라온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표가 달린 긴 끈을 당기려면 나름의 지능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년 5월 29일, 암컷 늑대가 바다로 뛰어들어 부표에 연결된 끈을 물고 육지 쪽으로 나오는 것이 CCTV에 찍혔다"며 "늑대가 통발을 올리고 물어뜯어 미끼를 먹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상황이 늑대가 도구를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갯과 동물이 뛰어난 지능을 가진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야생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다.
카일 박사는 "해달이 돌로 조개를 깨고 침팬지가 막대기로 흰개미를 잡듯 늑대 또한 도구가 되는 끈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물체를 직접 가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지만 도구 사용의 정의는 얼마든 넓게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야생 늑대의 높은 학습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보여준 점은 분명하다고 주목했다. 연구팀은 늑대들이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낚시 방법을 익혔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번 조사는 늑대의 뛰어난 관찰력과 이해력, 응용력을 확인한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