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미세플라스틱을 한층 미세한 입자로 분해해 배출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만든 다양한 용품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로 작아 회수가 어렵고 자연분해에도 시간이 걸려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캐나다 칼턴대학교 연구팀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인간의 영향으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된 곤충의 체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년간 조사해 왔다.
연구팀은 야생 귀뚜라미가 언제부터인가 플라스틱과 먹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플라스틱이 들어간 먹이를 더욱 즐겨 먹게 된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체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실험했다.
야생 희시무르귀뚜라미(Gryllodes sigillatus) 유충을 채집한 연구팀은 성충이 될 때까지 7주간 먹이를 주며 관찰했다. 일반 먹이와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먹이를 각각 급여한 연구팀은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한층 미세한 입자로 분쇄돼 환경으로 배출되는 것을 깨달았다.
칼턴대 환경학자 히스 맥밀런 교수는 “인간이 배출한 쓰레기가 곤충의 몸을 통해 보다 처리하기 어려운 형태로 배출되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관련된 연구가 이전에는 별로 없다는 사실은 학계는 물론 인류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입에 들어가는 크기라고 인식하면 귀뚜라미는 플라스틱을 거부하지 않고 적극 섭취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미세플라스틱을 먹어도 성장은 정상이었다. 7주간에 걸친 관찰 결과, 플라스틱을 계속 섭취한 개체는 평소대로 원래 크기의 약 25배까지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영양가가 전혀 없는 미세플라스틱은 귀뚜라미의 체내에서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으로 분쇄됐다. 나노 크기까지 세밀해진 플라스틱 조각은 자연계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극소 입자는 인간의 장기, 특히 뇌에서도 발견될 만큼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히스 교수는 “귀뚜라미는 그저 살기 위해 플라스틱을 먹었지만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체내에서 가공해 더 위험한 오염물질로 확산한다”며 “이는 귀뚜라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며, 남극에 서식하는 깔따구 유충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있는 곤충들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고, 한층 미세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히스 교수는 “벌레의 몸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입자가 된 플라스틱이 자연계에 떠도는 상황은 인간이 자초했다”며 “오염물질을 줄이는 실질적 노력이 없다면 자연계는 나노플라스틱 천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