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에서 유독 많은 문어가 발생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그냥 많은 수준이 아니라 13배나 폭증해 그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비영리 동물보호 단체 콘월 야생동물 트러스트(Cornwall Wildlife Trust, CWT)는 9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영국 남서부 연안에서 2025년 엄청난 양의 문어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CWT 집계에 따르면 도싯, 데번, 콘월 등 영국과 프랑스 해협을 따라 이어지는 해역에 문어가 집중됐다. 예년에 비해 최대 13배나 많이 목격됐는데, 1950년 이래 7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CWT 맷 슬레이터 연구원은 "다이버나 어부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여울에서도 수많은 문어를 볼 정도였다"며 "지금까지 나타난 적이 없는 커다란 개체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많은 문어가 몰려들었다"며 "이번 대량 발생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인지, 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학자들과 연계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에 따르면, 해당 해역에서 문어의 일시적 증가는 전에도 관찰됐지만 지난해 수준에는 훨씬 못 미쳤다. 대략적인 집계를 보면, 지난해 포획된 문어는 무려 23만3000마리다. 때문에 CWT는 2025년을 문어 대량 발생의 해(the Year of the Blooming Octopus)로 지정했다.
주목할 점은 주로 볼 수 있던 개체가 참문어(Octopus vulgaris) 종류라는 사실이다. 참문어는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며 지중해는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 연안, 카리브해 등에서 볼 수 있고 여건이 되면 영국 남서부와 같은 온대 해역에도 나타난다.
맷 슬레이터 연구원은 "이 문어는 매우 유연하고 바위 그늘이나 구멍을 거처로 하면서 갑각류와 조개류, 작은 물고기를 사냥한다"며 "강력한 빨판이 줄지어 부착된 다리로 물건을 능숙하게 잡으며 조개껍데기를 억지로 여는 사냥의 명수"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미로를 빠져나가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행동이 확인되고 있어 무척추동물 중에서도 특히 지적인 존재"라며 "수명은 1~2년으로 짧고, 성장과 번식 사이클도 길지 않아 해수온이나 먹이 등 환경이 일시적으로 호전되면 이듬해 개체가 급증할 수 있고, 여건이 악화되면 급감하는 일이 흔하다"고 언급했다.
학자들은 바다의 환경 변화가 문어 폭증의 원인이라고 봤다. 2024~2025년 겨울은 비교적 온난하고 해수온도 평년보다 높았다. 따뜻한 겨울과 봄은 유생의 생존율을 높려 일제히 성장한 개체가 연안에 나타났을 가능성을 학자들은 점쳤다. 먹이의 동향도 무시할 수 없어서, 이 해역에서 문어가 즐겨 먹는 소형 갑각류의 수가 비교적 안정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