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톨을 흡입하면 호흡이 일순간 편해지는 메커니즘이 처음 규명됐다. 박하에서 추출하는 휘발성 물질 멘톨은 특유의 차가운 느낌 때문에 화장품이나 소염제, 치약, 캔디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벨기에 연구팀은 유럽호흡기단체(European Respiratory Society, ERS)에 낸 최신 연구 보고서에서 멘톨의 청량감은 뇌가 일으키는 착각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멘톨은 차가움을 전달하는 수용체(TRPM8)를 자극한다. 일단 효과가 발휘되면 실제로는 상온임에도 뇌는 차가운 공기라고 감지한다. 이는 선행연구로 밝혀진 내용인데, 호흡이 편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멘톨이 호흡에 주는 영향이 뇌와 관련됐다고 생각한 연구팀은 성인 30명을 모아 실험에 나섰다. 피실험자들에 빨대로 숨을 쉬는 듯 호흡에 부하가 걸리는 장치를 부착한 연구팀은 한쪽 그룹에 멘톨 향기를, 다른 쪽 그룹에 딸기향을 흡입하게 했다.
호흡기 기능과 뇌파 변화를 동시에 살핀 결과, 호흡 횟수나 폐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 호흡근에 내리는 뇌의 지령 강도는 멘톨을 흡입해도 변화가 없었다. 다만 답답함의 강도나 공기를 더 마시려는 기아감은 멘톨 흡입 시 확실히 줄었다.
조사 관계자는 "멘톨향에 노출된 우리 몸은 여전히 답답한 환경임에도 감각만은 편해졌다고 느꼈다"며 "멘톨을 흡입하는 동안 호흡의 불쾌한 감각을 처리하는 뇌의 신호(특정 뇌파 성분)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험은 멘톨이 뇌로 하여금 답답하다는 정보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멘톨이 뇌의 정보 처리 단계에서 '이것은 고통이다'는 해석을 억제해, 과잉 반응하지 않게 진정한다는 의미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만성적인 답답함을 동반하는 질병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며 "멘톨의 향기가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성분이 될 수 있음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박하나 멘톨의 효능은 민간요법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강했지만, 우리 실험은 약물 치료의 응용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뇌를 속이는 멘톨 향의 힘은 앞으로 더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