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목재 도구의 역사가 약 43만 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영국과 독일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중앙부의 고대 유적에서 약 43만 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목기 2개를 발굴했다. 진흙을 파거나 석기를 만들 때 사용한 도구로 추측됐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니콜라스 톰슨 연구원은 “펠로폰네소스반도 중앙부 Marathousa 1 유적에서는 다양한 돌 파편과 인위적인 절단 흔적이 있는 동물 뼈, 코끼리 송곳니가 나왔다”며 “이 지역은 약 12만9000년 전까지 호숫가였으며, 초기 인류가 대형 동물의 고기를 손질하기 위해 방문한 곳”이라고 말했다.

Marathousa 1 유적에서 출토된 목기 1번을 다각도로 촬영한 이미지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일반적으로 목제품은 쉽게 손상되기에 후대에 잘 남지 않지만, 이 지역은 습윤한 환경으로 인한 저산소 상태가 지속돼 다양한 목기가 출토된다”며 “현미경을 사용해 유물들의 표면과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인위적 가공과 사용 흔적이 남은 목기 2개를 특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목기 하나는 버드나무 또는 미루나무로 만들었고 길이는 5㎝ 정도다. 선단부에는 인위적으로 깎인 흔적이 있고 반복적으로 쥐면서 마모돼 매끈해진 부분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석기를 제작할 때 끈 조정 같은 정밀 작업에 사용한 도구로 봤다.

다른 하나는 유럽오리나무로 만들었고, 길이 약 80㎝의 막대기 형태다. 석기로 다듬은 흔적과 흙과 반복적으로 접촉하며 생긴 둥근 상처로 미뤄 습기가 많은 땅이나 진흙을 파낸 도구로 생각된다.

목기 2번의 측면 사진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또한 유적에서는 곰 등 대형 육식동물이 낸 발톱 자국이 선명한 나뭇조각도 많이 나왔다. 연구팀은 당시 인류가 코끼리 등을 해체하던 호숫가에는 곰이나 늑대 같은 육식동물도 존재했고, 이들이 고기를 얻기 위해 인간과 마찰을 빚었을 가능성도 떠올렸다.

니콜라스 톰슨 연구원은 “Marathousa 1 유적에서는 아직 인간의 뼈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누가 이 목기들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 유적에서 고대 목기가 나왔지만 이번 샘플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목기는 석기나 철기에 비해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물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에서 적어도 47만6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목조 건물의 흔적이 발견됐지만, 어디까지나 건조물인 점에서 이번 발견은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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