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늑대와 퓨마가 식생활을 바꾸고 공존의 길을 걷는 흥미로운 관찰조사 결과가 나왔다. 두 맹수가 생존을 위해 충돌을 피하고 식생활에 변화를 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자원센터(YCR) 연구팀은 2일 공식 SNS에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 기록을 게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26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도 소개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2대 포식자 늑대와 퓨마가 야생에서 조우한다면 우호적 만남으로 끝날 리가 없다. 이는 광활한 옐로스톤 국립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관찰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이곳의 늑대와 퓨마는 와피티 같은 대형 사슴을 주로 사냥했는데, 최근에는 늑대와 퓨마의 주된 사냥감이 변화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와 퓨마가 공존을 위해 포식 습성을 바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YCR 웨슬리 바인더 연구원은 “늑대는 와피티보다 큰 대형 사냥감을 주로 노리고, 퓨마는 그보다 작은 초식동물을 표적으로 삼게 됐다”며 “멸종위기에서 회복해 영역을 공유하게 된 두 포식자가 싸움보다는 독자적인 사냥 스타일을 확립한 공존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옐로스톤 북부에 관찰 카메라 140대를 설치하고 늑대와 퓨마 모두 전지구측위시스템(GPS) 목줄을 장착해 추적했다”며 “이렇게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두 개체가 더는 싸우지 않고 각기 사냥감을 바꿨다고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맹수가 먹잇감을 잡았거나 포식한 현장 3929곳을 조사했다. 그중 852곳이 늑대, 520곳이 퓨마의 포식 현장이었다. 늑대는 와피티(542마리)와 아메리카들소(201마리), 사슴(90마리)을 사냥했다. 퓨마는 와피티(272마리)와 사슴(220마리)을 잡았다. 대형종인 아메리카들소는 건들지 않았다.

아무리 퓨마라도 단독으로 아메리카들소를 사냥할 수는 없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2016~2024년 데이터를 1998~2005년 초기 데이터와 비교해 극적인 변화를 확인했다. 거대한 소과 동물 아메리카들소를 늑대가 포식하는 비율은 1%에서 10%로 대폭 늘었고, 와피티는 95%에서 63%로 감소했다. 퓨마의 경우 와피티가 80%에서 52%로 줄고, 노새사슴 등 소형 사슴이 15%에서 42%로 급증했다. 늑대와 퓨마 모두 공통적으로 와피티를 중심으로 포식하다 점차 대상이 변화했다.

웨슬리 바인더 연구원은 “와피티는 몸무게 300㎏이 넘는 대형 사슴으로 육식동물에게 매력적인 먹잇감이지만 늑대와 퓨마가 싸우는 불씨이기도 하다”며 “퓨마가 먹이를 작은 노새사슴으로 바꾼 배경에는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노새사슴은 와피티에 비해 작고 몸무게는 60~100㎏”이라며 “대형 와피티를 처치한 경우, 단독으로 행동하는 퓨마가 다 먹으려면 며칠이 필요하다. 냄새를 맡은 늑대 무리가 강탈할 위험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노새사슴은 단시간에 먹어치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퓨마가 주로 노리게 된 노새사슴 <사진=pixabay>

즉 퓨마가 일부러 작은 사냥감을 골라 식사시간을 줄임으로써 최강의 경쟁자인 늑대 무리와 마찰할 일을 없앴다는 이야기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늑대는 퓨마와 대조적으로 더 거대한 사냥감으로 표적을 바꿨다. 체중 1t에 달하는 아메리카들소는 퓨마가 단독으로 잡을 수 없지만 늑대들은 다르다. 

일대일 순수한 힘겨루기라면 퓨마가 자신보다 훨씬 작은 늑대를 압도하는 일이 흔하다. 늑대 수컷이 몸무게 40~50㎏인데, 퓨마의 수컷은 약 70~90㎏으로 체격부터 우위다. 늑대는 강력한 턱으로 주로 승부하지만 퓨마는 근력과 순발력이 뛰어나고 사냥감을 단단히 누르는 앞발과 살을 찢는 5㎝ 이상의 날카로운 발톱을 지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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