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가 품은 향을 최대한 재현한 고고학 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였다. 사후세계를 믿은 이집트인들은 사람은 물론 동물이 죽으면 독자 개발한 방부처리를 거쳐 미라를 만들었는데, 이때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가 독특한 향을 냈다.

독일 막스프랑크 문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은 1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3500년 전 이집트 미라의 향을 구성하는 성분을 분자 수준까지 규명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미라에 남아 있는 방부제 등 성분을 상세히 분석한 뒤 전문 조향사와 협업해 향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향을 대중도 경험하도록 독일 아우구스트 케스트너 박물관 및 덴마크 모에스고르 박물관과 협업해 공개 중이다.

세넷네이의 미라를 만들 때 사용된 카노푸스 단지 <사진=아우구스트 케스트너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Christian Tepper>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생체분자 고고학(biomolecular archaeology)이다. 비교적 새로운 과학 분야로, 세계 각지의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의 보이지 않는 DNA, 단백질, 지방 등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고고학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선인들의 식습관, 질병 등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다.

조사를 이끈 후버 하만 박사는 "특정 성분의 조합은 마치 인간의 지문처럼 그 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며 "이러한 '분자의 지문'을 이용해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바른 다양한 수지와 식물성 기름의 향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망자의 미라화를 위해 장기를 서로 다른 카노푸스 단지에 보관하고 여기 맞는 향유를 쓴 것으로 보인다. <사진=pixabay>

분석 대상이 된 것은 세넷네이의 미라다. 이집트 제18왕조의 귀족 여성으로, 7대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유모로 널리 알려졌다. 세넷네이가 죽자 내장은 카노푸스 단지에 담았는데, 그 바닥에 오래된 향유가 미량 남아 있었다. 카노푸스 단지는 미라를 만들 때 시신에서 꺼낸 간이나 폐 등을 보관한 중요한 용기다. 여기 남은 성분을 분석하면 미라에 사용된 방부제 종류를 특정할 수 있다.

후버 박사는 "세넷네이의 카노푸스 단지는 1900년대 발굴됐지만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기술이 없어 향유 분석이 어려웠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먼 이국에서 들여온 밀랍과 식물을 짜 만든 기름, 동물성 지방, 천연 아스팔트, 침엽수 수지가 나왔다. 특히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쿠마린까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수년의 노력 끝에 연구팀이 완성한 세넷네이의 미라 향 <사진=막스플랑크 문화인류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이번 성과는 이집트인의 뛰어난 미라 제작 기술은 물론, 이들이 보유한 세계 규모의 광범위한 무역망을 실감하게 한다"며 "우리가 재현한 미라의 향은 누구든 시향용 종이에 묻혀 체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수년간 노력으로 재현한 미라 향에 사후세계의 향(The Scent of the Afterlife)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위급 인사의 미라 향을 맡는 것은 최측근의 특권이었다. 이를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망자가 명계에 무사히 도착하기 바랐던 고대 이집트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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