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문어는 다리에 붙은 흡반, 즉 빨판을 이용해 짝짓기 대상을 결정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징어와 더불어 두족류를 대표하는 문어는 아직 인간이 모르는 구석이 많은 미스터리한 생명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공동 연구팀은 7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짝짓기 시즌 문어 수컷은 다리 8개 중 하나의 빨판을 이용해 암컷의 호르몬을 감지한다고 전했다.

문어가 다리 8개 가운데 하나를 교미에 이용한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려졌다. 학자들은 이를 편의상 교접완이라고 칭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문어의 교접완에 분포하는 빨판의 기능은 물론, 다리 자체가 뇌에서 분리돼도 자율적으로 이성을 판별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문어는 아직 인간이 모르는 부분이 많은 생물이다. <사진=pixabay>

OIST 생물학자 히로이 마코토 연구원은 “문어는 생식기가 아닌 다리 하나를 이용한 특이한 교접을 한다”며 “문어 수컷이 정자가 든 정포를 교접완을 이용해 암컷의 외투강에 넣는 과정은 오래전 알려졌지만, 교접완에 분포된 빨판의 기능은 간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능이 뛰어난 문어는 무려 5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을 가졌고, 그 대부분은 뇌가 아니라 다리에 분포한다”며 “교접완의 빨판이 암컷 호르몬을 감지하는 센서라는 사실은 우리 실험에서 처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수컷 문어의 교접완 근처에 여성호르몬의 하나인 프로게스테론을 배치했다. 직후 교접완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암컷을 찾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특히 수조 내에 검은 칸막이를 설치하고 수컷의 시각을 완전히 차단한 실험에서도 교접완을 뻗어 반대편 암컷의 외투강을 정확히 찾아냈다.

문어 수컷은 다리 8개 중 하나를 교미에 사용한다. <사진=OIST 공식 홈페이지>

이번 실험에서는 문어 수컷이 교접완의 빨판으로 암컷의 호르몬을 감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궁합이 좋은 파트너를 선택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교접완 끝부분의 작은 빨판에 신경과 감각세포가 고밀도로 분포하며, 성호르몬을 검출하는 CRT1 수용체가 소량의 프로게스테론을 순간적으로 판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로이 마코토 연구원은 “이 수용체는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종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며 “어떤 상대의 성분에 반응하는지 개별적인 상성, 즉 취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언급했다.

교접완의 빨판 덕에 수컷 문어는 칸막이가 있어도 암컷의 호르몬을 빠르게 감지했다. <사진=OIST 공식 홈페지이>

연구원은 “수용체가 암컷이 보내는 신호와 일치할 때, 문어는 상대를 보지 않고도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사실 CRT1 수용체는 먹이 표면의 세균을 검출하는 수용체인데, 문어는 진화 과정에서 먹이를 찾는 기능을 파트너를 선별하는 고도의 체계로 바꾼 듯하다”고 말했다.

어두운 바다에서 자신과 같은 종, 게다가 궁합이 좋은 상대를 판별하는 능력은 자신이 속한 그룹 고유의 진화 특성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문어의 종족 번식 비결 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를 밝혀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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