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의 캐릭터 울버린은 총상을 입거나 팔이 잘려도 순식간에 회복하는 힐링 팩터 능력을 지녔다. 현실에서는 공상과학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에도 비슷한 재생 프로그램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을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A&M대학교 연구팀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원래 가진 재생능력을 특정 단백질로 깨울 가능성을 최근 실험에서 떠올렸다. 아직 사람에 적용하기는 갈 길이 멀지만, 상처를 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잃어버린 조직을 되살리는 재생의학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생물마다 재생 능력은 큰 차이를 보인다. 우파루파와 도롱뇽은 다리와 꼬리, 척수, 심장 일부까지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도마뱀도 꼬리를 잃으면 새 꼬리를 자라게 한다. 사슴은 매년 뿔을 새로 만든다.
인간은 피부가 베이면 새 살이 돋고, 간은 일부를 절제해도 상당 부분 회복된다. 어린아이의 손가락 끝은 일정 조건에서 일부 재생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그러나 팔이나 다리처럼 복잡한 구조를 다시 만드는 능력은 없다. 상처가 생기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대신 흉터를 남기는 방식으로 치유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전략이다.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재생능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방법이 없는지 조사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 보고서는 미국 텍사스A&M대학교 무네오카 켄 교수 연구팀이 지난 4월 발표한 ‘FGF2 및 BMP2의 순차적 투여와 생쥐 발가락 재생 촉진(Digit regeneration in mice is stimulated by sequential treatment with FGF2 and BMP2)’이다.
연구팀은 원래 재생되지 않는 생쥐 발가락의 절단 부위에 두 종류의 단백질을 순서대로 투여했다. 먼저 FGF2를 이용해 상처 부위 섬유아세포가 단순히 흉터를 만드는 대신 아체(blastema)라는 재생 조직을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BMP2를 투여해 이 세포들이 어떤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지 신호를 보냈다.
그 결과 실험쥐들에게서 잘라낸 발가락 44개 모두 새 뼈가 형성됐다. 일부는 관절과 연골, 힘줄, 인대까지 재생에 가까운 반응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포유류는 재생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재생 스위치를 찾는 실험은 전에도 있었다. 같은 연구팀은 2019년 실험 보고서 ‘생쥐 발가락 절단 부위의 관절 재생을 촉진하는 BMP9(BMP9 stimulates joint regeneration at digit amputation wounds in mice)’를 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연구는 손상된 관절 연골과 활막 구조 일부가 다시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학계는 포유류도 적절한 신호만 주어진다면 고도의 재생 프로그램이 부분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기대했다.
재생의학의 목표는 단순히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재생의학 전문가 스티븐 바디락 교수 연구팀은 2012년 실험 보고서 ‘생명공학적으로 제작된 완전한 장기와 복합 조직(Engineered whole organs and complex tissues)’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와 세포외기질을 이용하면 손상된 조직의 자연 재생을 유도할 가능성을 제안했다. 이 기술은 피부와 근육 등 생체 조직 재생 연구에 응용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울버린처럼 팔 전체가 며칠 만에 다시 자라는 기술을 만들지 못한다. 팔이나 다리는 뼈뿐 아니라 근육, 혈관, 신경, 피부가 정교하게 연결돼 모든 조직이 같은 속도로 자라야 정상 기능을 회복한다. 사람은 감염과 출혈을 막기 위해 상처를 빠르게 봉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재생을 우선하는 도롱뇽과 생물학적 전략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 연구들은 중요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이 재생 능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라, 흉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설정됐을 가능성이다. 언젠가 이 설정을 바꾸는 방법이 파악되면 영화 속 울버린의 힐링 팩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고로 손상된 손가락이나 관절, 힘줄을 스스로 회복하는 치료법이 탄생할지 모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