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면 유난히 몸이 무겁고 졸음이 쏟아진다는 사람이 많다. 찌푸린 날씨 탓에 기분이 처진다고 여기기 쉽지만, 과학자들은 날씨 변화가 인간의 수면과 생체리듬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장마가 시작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조량의 감소다. 인간의 뇌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하루의 시간을 판단한다. 망막이 감지한 빛 정보는 뇌의 시교차 상핵(SCN)으로 전달되고, 여기서서 약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생체시계를 조절한다.
특히 아침에 충분한 빛을 받으면 밤새 분비되던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이 억제되고 몸은 활동 상태로 전환된다. 반대로 흐린 날이 이어져 낮 동안 받는 빛의 양과 시간이 달라지면 생체시계를 맞추는 환경 신호 역시 약해질 수 있다.
날씨가 실제 수면 패턴을 바꾼다는 연구 결과는 얼마든 있다. 미국 수면과학 연구팀이 2021년 낸 실험 보고서 ‘장기간 다중모드 측정을 통해 본 계절과 날씨가 수면 패턴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seasons and weather on sleep patterns measured through longitudinal multimodal sensing)’이 잘 알려졌다.
대학생 216명의 수면과 기상 조건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팀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수면 시간과 취침·기상 시각을 측정했다. 이를 기온과 강수량, 습도, 기압, 일조시간 등 지역 기상 자료와 비교한 결과, 계절과 날씨 변화는 수면 시간과 기상 시각 등에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수면이 개인의 습관뿐 아니라 주변의 자연환경과 기상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꿉꿉한 장마철의 높은 습도가 졸음을 유발한다고 본 연구도 있다. 일본 연구팀이 2012년 펴낸 조사 보고서 ‘온열 환경이 수면과 일주기 리듬에 미치는 영향(Effects of thermal environment on sleep and circadian rhythm)’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의 증발을 통한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 인간은 잠들기 전 몸의 중심 체온을 낮추는데, 높은 습도는 이러한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의 야간 각성이 증가하고 깊은 수면과 렘(REM)수면이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즉, 장마철에 잠을 충분히 잤다고 생각해도 실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다음 날 피로와 졸음이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라고 누구나 졸음을 느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선행연구들은 대체로 날씨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습관이나 수면 패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가능성을 가리켰다.
결국 장마철 특유의 졸음은 일조량의 감소와 생체시계 변화, 높은 습도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 생활 리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장마철 나른하다면, 아침과 낮에 가능하면 빛을 충분히 받고 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실내 습도를 낮추고 침실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수면의 질 저하를 막는 방법으로 꼽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