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월드컵 16강에 오른 모로코는 경기장 안팎에서 강렬한 응원 열기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모로코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32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는데, 경기장을 채운 모로코 팬들은 연장전까지 특유의 음성 응원을 보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과연 경기장을 울리는 축구팬들 함성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까.

놀랍게도 이 분야를 과학적으로 들춘 연구가 적지 않다. 스포츠과학 연구들을 종합하면 답은 “그럴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에 가깝다. 응원이 야기하는 소리는 선수의 각성 수준과 집중력을 높이고, 팀에 심리적 에너지를 주는 동시에 의사소통을 방해하거나 압박을 키울 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 연구된 분야는 홈 어드밴티지와 연관이 깊다. 영국 울버햄턴대학교와 미국 유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한일월드컵이 있던 2002년 조사 보고서 ‘축구 심판 판정에 대한 관중 소음과 경험의 영향(The influence of crowd noise and experience upon refereeing decisions in football)’을 내 주목 받았다. 연구팀은 축구 심판들에게 같은 경기 장면을 보여주되 한쪽에는 관중 소리를 들려줬다. 그 결과 관중 소리가 있을 때 심판들은 홈팀에 불리한 파울을 15.5% 적게 선언했다.

모로코 축구팬은 북을 치고 하나가 된 목소리를 크게 내는 독특한 응원으로 유명하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코로나19 시기 무관중 경기는 이 효과를 확인하는 천연 실험장이 됐다. 이탈리아 연구팀이 2020년 낸 실험 보고서 ‘무관중 축구 경기에서 홈 어드밴티지와 심판 편향 감소(The sound of silence in association football: Home advantage and referee bias decrease in matches played without spectators)’가 유명하다. 유럽 주요 리그 841경기를 분석한 연구팀은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사라지자 홈 어드밴티지와 심판 편향이 줄어드는 경향을 확인했다.

응원 소리가 선수의 경기력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복잡하다. 독일 쾰른스포츠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경기장 소음이 축구 선수의 패스 수행에 미치는 영향(What do you hear? The effect of stadium noise on football players’ passing performances)’에서 축구 경기장 소음이 선수의 패스 속도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야유나 부정적 소음은 선수의 움직임 조정과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축구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팬들의 함성은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상대 선수에게는 소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장 전체가 한 팀을 밀어주는 분위기라면 선수는 피로를 덜 느끼거나 더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는 동료의 지시를 듣기 어렵고, 세트피스나 빌드업 상황에서 집중력이 흔들릴 수 있다.

90분간 그라운드를 뛰는 축구 선수들에게 팬들의 함성은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팬들의 응원 함성이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지나친 기대와 압박은 페널티킥이나 결정적 찬스에서 오히려 긴장을 키운다. 특히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이번 대회 개최국이나 카보베르데와 같이 팬들의 기대가 폭발적으로 커진 팀은 응원과 부담을 동시에 안고 뛰어야 한다.

결국, 관중의 소음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선수의 각성, 심판의 판단, 상대의 집중력, 팀의 정체성을 동시에 건드리는 심리적 환경을 만든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북을 치는 응원 소음은 12번째 선수가 될 수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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