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의 5배나 되는 힘으로 독사를 걷어차는 뱀잡이수리도 초원의 파편화를 이길 수는 없었다. 과학자들은 위성 추적과 유전체 분석을 동원해 조류계 모델 뱀잡이수리의 생존 가능성을 부단하게 확인하고 있다.
모델처럼 늘씬한 다리로 독사까지 팍팍 밟아 제압하는 뱀잡이수리는 초원 파괴와 기후변화 탓에 새끼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워낙 마니아가 많은 인기 조류이기도 해서, 뱀잡이수리의 생태는 학자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탄자니아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와일드라이프 바이올로지에 생태조사 보고서를 내고 뱀잡이수리가 직면한 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뱀잡이수리는 초원의 면적은 그대로지만 생태계 유지의 기능이 떨어진 파편화 때문에 번식 성공률이 뚝 떨어졌다.
연구팀은 2023~2024년 탄자니아 세렝게티 일대의 뱀잡이수리 둥지를 추적했다. 조사 지역을 초원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50% 미만, 50~90%, 90% 이상 등 세 유형으로 나누고 둥지의 밀도와 번식 성공률, 새끼 생산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초원이 90% 이상 보존된 지역의 번식 성공률은 71%였지만, 초원 비율이 50% 미만인 곳에서는 18.9%에 그쳤다.
이탈리아 파비아대학교 페데리코 로마니 박사는 "초원이 황폐해져 서식지가 파편화한 지역은 번식에 성공한 둥지도 100㎢당 0.8개에 불과했다"며 "초원 비율이 50~90%인 지역은 2.5개, 90% 이상인 지역은 1.7개로 차이가 컸다"고 전했다.
이어 "우기 강수량이 많았던 2024년에는 2023년보다 둥지 수가 약 3배 증가했다"며 "번식에 성공한 둥지 역시 2023년 100㎢당 0.8개에서 이듬해 2.2개로 늘었다. 장기간 건기로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는 번식 성공률이 떨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비가 충분히 내려야 곤충과 설치류, 파충류 같은 먹이가 늘고 초원 생태계도 유지된다. 연구팀은 초원의 파편화와 강수량 변화가 먹이사슬과 둥지의 질을 동시에 낮춰 뱀잡이수리의 번식을 위협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서식하는 뱀잡이수리는 수리목 뱀잡이수리과에 남은 유일한 현생종이다. 키는 약 1.2m, 날개를 펼친 폭은 2m가 넘지만 몸무게는 2.3~4.2㎏ 정도로 가볍다. 눈과 부리 주변의 선명한 주황색 피부, 긴 속눈썹, 왕관처럼 솟은 검은 장식깃과 길고 가는 다리 등 우아한 외형 덕에 ‘조류계의 모델’로 통한다.
뱀다리수리의 늘씬한 다리는 먹이를 제압하는 강력한 무기다. 영국 왕립수의대 연구팀이 2016년 보호시설의 수컷 뱀잡이수리를 이용해 고무 뱀을 공격하는 힘을 측정했더니, 평균 최대 타격력이 195N(뉴턴)이었다. 이는 자기 체중의 약 5.1배나 된다. 발이 목표물에 닿는 시간은 사람의 눈 깜빡임보다 10배 짧은 15밀리초(ms)에 불과했다.
이 새의 공격은 너무 빨라 일단 다리를 내지르면 중간에 방향을 수정할 수 없다. 뱀잡이수리는 눈으로 목표를 정한 순간 전체 동작을 미리 계획하고, 빗나가면 다음 공격에서 다시 조준한다. 코브라 같은 맹독을 가진 뱀도 한참 위에서 찍어 누르는 뱀잡이수리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다.
서식지 파편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20년 뱀잡이수리의 멸종 위기 등급을 위기(EN)로 상향했다. 인간의 농경지나 목초지 개발이 뱀잡이수리의 생활에 필요한 개방된 초원을 없애고 있다. 농약 중독과 사냥, 송전선·울타리·풍력발전기 충돌도 뱀잡이수리 입장에서 큰 위협이다.
페데리코 로마니 박사는 최근 기고에서 서식지가 파편화한 지역부터 초원이 줄지 않게 관리하고 뱀잡이수리의 둥지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강수 패턴까지 흔들리는 만큼 넓게 이어진 초원을 보전하는 것이 뭣보다 중요하다고 박사는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