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 역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약 145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카니발리즘이 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강하게 금기시 됐는지 수학 모델로 설명한 연구에 시선이 모였다.
카니발리즘은 같은 종의 개체를 먹는 행위다. 사고와 기근 등 극한상황이나 오랜 풍습으로 말미암은 사회적·문화적 카니발리즘, 한니발 렉터 같은 살인마가 저지르는 병리학적 카니발리즘 등으로 구분한다. 최근에는 카니발리즘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왜 행해졌는지를 넘어 왜 인류 사회가 금기로 받아들였는지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됐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대학교와 체코 카렐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낸 논문에서 카니발리즘의 이익과 위험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식량 부족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칼로리와 병원체 감염 위험을 함께 고려한 모델을 구축해, 카니발리즘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카니발리즘은 극심한 기근이나 조난처럼 다른 먹을거리가 없고, 이미 숨진 사람의 시신을 이용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영화 ‘얼라이브’가 다룬 실제 사고처럼 조난 상황에 놓인 생존자 일부가 숨진 동료의 시신을 먹기도 했다.
연구팀은 다만 병원체 전파라는 큰 리스크 때문에 카니발리즘은 위험하다고 봤다. 병원체는 특정 숙주에 적응하는 특성이 있어, 인간에 적응한 병원체는 인간을 통해 가장 쉽게 퍼질 수 있다. 이미 카니발리즘을 경험한 사람의 신체를 다른 사람이 다시 먹는 일이 반복되면 병원체가 연쇄적으로 축적돼 감염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수학 모델도 이를 뒷받침했다. 조난 등에 따른 일회성 카니발리즘은 극한 상황에서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병원체 확산에 따른 피해가 칼로리 획득의 이익을 빠르게 앞질렀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공동체 붕괴 가능성이 커져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카렐대 이론생물학자 페트르 트레체크 박사는 “우리의 모델은 반복적인 카니발리즘이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전염병 확산에 따른 비용은 식량을 얻는 이익을 곧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니발리즘은 고대로부터 이어졌고, 선인들이 이런 위험을 파악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특히 문화적 금기는 인류의 조상이 이런 진화적 함정을 피하도록 만든 효과적인 방패였을 가능성이 있다” 강조했다.
카니발리즘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다.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은 케냐에서 발견된 약 145만 년 전 인골을 연구, 인류의 카니발리즘 역사가 기존 추정보다 최소 65만 년 더 오래됐을 가능성을 2023년 제기했다. 당시 연구가 카니발리즘의 기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인류 사회가 왜 이를 문화적 금기로 받아들이게 됐는지 수학과 진화생물학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