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걸을 때 거의 예외 없이 발뒤꿈치를 먼저 땅에 댄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지만 다른 유인원과 비교하면 의문이 생긴다. 침팬지는 발뒤꿈치뿐 아니라 발 중간이나 바깥쪽으로도 착지한다. 특히 두 발로 걸을 때는 오히려 충격이 덜한 방식으로 발을 내딛는다.

인간이 굳이 충격이 큰 뒤꿈치 착지를 고집하게 된 이유가 에너지 효율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인간은 뼈와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감수하고, 보다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걷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니콜라스 홀로카 교수 연구팀은 8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조사 보고서 ‘호미닌 이족보행의 진화적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발뒤꿈치 착지 역학(Heel-strike mechanics reveal evolutionary trade-offs in hominin bipedalism)’을 냈다.

연구팀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현생 친척 침팬지의 보행을 비교 관찰했다. 약 11m 길이 보행로를 두 발 또는 네 발로 움직이는 침팬지들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하고 지면에 가해지는 힘을 측정하는 힘판으로 착지 충격을 측정했다. 인간 참가자에게는 평소처럼 걷거나 침팬지와 비슷하게 발 중간부터 착지하도록 한 뒤 에너지 소비량과 충격을 비교했다.

사람은 걸을 때 자연스럽게 뒤꿈치로 바닥을 딛는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일단 자세의 차이부터 뚜렷했다. 인간 참가자는 모두 발뒤꿈치부터 착지했다. 이와 달리 침팬지는 뒤꿈치와 발 중간 착지를 함께 사용했으며 착지 각도 변화 폭도 인간보다 2.4~8.6배 컸다. 두 발로 걸을 때는 네 발 보행보다 뒤꿈치 착지를 덜 사용했다.

인간의 독특한 보행에는 분명한 이득과 손해가 존재했다. 발 중간부터 걸으면 뒤꿈치부터 걸을 때보다 대사 에너지가 26~41% 더 필요했다. 반대로 발뒤꿈치 착지 때 다리에 가해지는 최대 부하율은 발 중간 착지보다 최고 162% 높았다. 적은 에너지로 걷는 대신 순간적으로 더 강한 충격을 받는 셈이다.

이 재미있는 상충관계는 선행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2016년 발뒤꿈치부터 발끝까지 굴러가듯 걷는 인간의 보행이 발 중간부터 걷는 것보다 다리의 ‘유효 길이’를 약 22%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리가 길수록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보행 효율을 높이기 유리하다는 의미다. 당시 연구에서도 발뒤꿈치 착지는 이동 에너지를 줄이는 대신 착지 충격을 높인다고 파악됐다.

침팬지는 사족보행과 이족보행 시 반드시 발꿈치를 먼저 땅에 딛는 법이 없다. <사진=pixabay>

이번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특징이 인간과 침팬지를 갈라놓는 진화적 변화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니콜라스 홀로카 교수는 과거 연구에서 인간 발의 짧은 발가락과 발바닥 아치 등 여러 특징이 장거리 걷기와 달리기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발뒤꿈치로 걸을 때 가해지는 충격을 어떻게 견뎠을까. 연구팀은 인간이 두꺼운 발뒤꿈치뼈와 상대적으로 큰 무릎·발목 관절을 갖게 된 것이 발뒤꿈치 착지의 충격에 대응한 결과라고 봤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보행과 이를 견디는 신체 구조가 함께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니콜라스 홀로카 교수는 “이런 변화가 정착되면서 초기 인류가 장시간 걷고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며 “사냥과 채집처럼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생활 방식에도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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