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침팬지나 고릴라보다 관절질환에 취약하다. 두 발로 걷기 때문에 무릎에 부담이 가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진짜 원인은 오래전 인간이 유인원과 갈라져 진화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교토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골격 진화에 관여한 유전자 조절 변화를 분석한 조사 결과를 23일 학술지 네이처에 냈다. 연구팀은 조사 보고서 '인간 골격의 유전자 조절 진화(The gene-regulatory evolution of the human skeleton)'에서 사람이 높은 이마 등 인간다움을 얻는 대신, 관절 보호 물질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이다. GAG는 연골의 세포외기질을 구성하는 당 사슬로, 수분을 붙잡아 연골이 압력을 견디고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게 한다. 관절 가동에 필수이다 보니, GAG는 연골 건조 중량에서 약 15~30%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먼저 인간 계통에서 생겨 고정된 56만1410개의 단일염기 치환이 연골세포의 유전자 조절에 주는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에 인간과 침팬지, 인간과 고릴라의 유전체를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세포를 만들어 골연골 전구세포로 분화한 뒤 유전자 발현 차이를 살폈다.
그 결과, 인간 진화 과정에서 GAG 합성에 관련된 유전자 활동이 광범위하게 억제된 흔적이 확인됐다. 관련 유전자 가운데 인간에서 발현 차이를 보인 21개 중 17개는 발현량이 감소했다.
연골의 구성도 달랐다. 인간 42명과 대형 유인원 7개체에서 얻은 139개 연골 표본을 이용해 팔꿈치와 엄지손가락, 엉덩이 등 8개 관절의 GAG 함량을 조사했더니, 인간 연골의 GAG는 대형 유인원 대비 3분의 1 수준이었다. 관절별로 비교해도 인간의 GAG 함량은 최소 2.6배, 최대 4배 적었다.
이런 차이를 직립보행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유인원보다 큰 하중을 받는 엉덩이뿐 아니라 비슷한 부담을 받는 엄지손가락,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팔꿈치에서도 GAG 감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이와 성별로도 이 차이는 설명되지 않았다.
인간은 왜 관절에 중요한 물질을 이토록 줄였을까. 연구팀은 GAG 합성이 줄어들 때 나타나는 골격 특징과 인간 고유의 신체 특징에 주목했다. 납작한 얼굴과 높은 이마, 짧은 손가락, 엄지손가락 방향의 변화 등 유인원과 다른 특징들이 인간의 골격 진화와 맞아떨어졌다.
교토대 이노우에 후미타카 부교수는 "GAG의 감소가 오늘날 인간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은 유인원과 다른 얼굴과 손, 척추를 얻는 대신 연골을 보호하는 물질 일부를 잃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류는 이런 진화의 대가를 지금도 치르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 추간판 퇴행이나 골관절염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GAG가 약 25~38% 적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GAG 차이는 최다 62%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인간이 약한 관절을 대가로 지불하고 현재의 골격을 얻었다고 인과관계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인간 특유의 골격과 현대인의 관절 질환을 진화 과정에서 바라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