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년 전 공룡의 피를 빨아들인 모기가 호박에 갇히고, 그 혈액 속에서 공룡 DNA를 추출해 공룡을 복제한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 소설(1990)을 바탕으로 한 영화 '쥬라기 공원(1993)'의 이 장면은 책이 씌어진 당시만 해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일로 간주됐다.

하지만 나중에 과학자들은 문제점을 찾아냈다. DNA는 150만년이 지나면 어떤 조건에서든 완전히 분해된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2012년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DNA의 반감기가 521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521년 뒤에는 분자구조 내 결합의 절반이 끊어지고, 1042년이 지나면 4분의 1로 줄어든다.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라도 결국 680만년 뒤에는 마지막 결합까지 끊어져, 사실상 100만년 이후에는 DNA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미 수백만년 전 화석으로부터 DNA를 추출해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이번에는 중국에서 발견된 공룡 뼈가 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중국과학원 고생물학자 알리다 밸리얼드 박사와 연구팀은 히파크로사우루스(Hypacrosaurus)라는 공룡 화석을 연구하던 중 매우 잘 보존된 연골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연골의 화학실험을 통해 DNA와 유사한 물질을 포함하는 온전한 세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견된 히파크로사우루스의 뼈 <사진=중국과학원 홈페이지>

이 공룡은 7400만~8000만년 사이인 백악기 후기에 살았다. DNA 반감기를 고려하면 당연히 믿기지 않을 내용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샘플이 진짜 공룡 DNA라기에는 너무 오래 됐으며, 샘플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도 연구팀은 여전히 진짜 공룡 DNA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밸리얼드 박사는 "모든 사람들이 100만년이 지나면 더 이상 DNA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 진짜 샘플이 있다"며 "오염됐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수십년 간 많은 발굴로 인해 판독 가능한 유전 물질의 가장 오래된 기록이 갱신돼 왔다. 2013년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된 70만년 된 말 화석은 지금까지 염기 서열이 분석된 가장 오래된 DNA다. 그 전에는 2008년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8만년 된 데니소바인(Denisovan)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다.

올해 초에는 120만년 된 매머드 이빨에서 DNA를 추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DNA 반감기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DNA 샘플로 여겨진다.

'쥬라기 공원'은 가상일 뿐이다. <사진='쥬라기 공원' 포스터>

고대 생물의 유전 정보는 DNA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70만년 된 말의 DNA를 분석한 연구팀은 2019년 175만년 된 코뿔소 이빨 법랑질에서 유전 정보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DNA 자체를 찾는 대신 연구팀은 단백질을 분석하고 아미노산을 결정한 다음 그 정보에서 DNA를 재구성해냈다.

다만 단백질 분석법도 문제가 있다. 단백질에서 DNA를 재구성해 일부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이는 게놈의 일부 샘플일 뿐이다. 즉 DNA 문자의 조합은 서로 다른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으며, 이런 다른 아미노산은 동일한 단백질을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단백질로 정확한 DNA를 거꾸로 번역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단백질이 고대 유전학 연구의 다음 개척지라고 생각한다. 단백질은 DNA보다 오래 남아있으며, 아예 정보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과학자들은 타조알에서 380만년 된 단백질을 발견했다.

현재 단백질 분석 기술은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 가능 시기를 수백만 년쯤 더 과거로 확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공룡이 살던 수천만 년 전까지 가능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DNA 분석에 성공한다해도 복제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게놈의 모든 단일 염기쌍을 알아야 하는데,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어려워진다. 70만년 된 말의 경우도 게놈 전체를 구성하는 2만개 중 73개의 단백질만 찾아냈다. 사실 이 정도도 대단한 발견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공룡들이 쥬라기 공원을 뛰어다니는 일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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