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똑같은 맛의 투명한 용액과 달리 분홍색 용액으로 입을 헹군 사람이 더 오래 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더 즐거운 경험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 웨스트미니스터대학의 행동 영양학자 샌조이 데브 교수 등 연구진은 12일 프론티어즈 인 뉴트리션 저널을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해온 건강한 성인 10명을 모집해 스스로 속도를 설정, 30분간 러닝 머신에서 뛰도록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달리기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칼로리가 없고 단맛을 낸 분홍색 용액으로 입을 헹구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달리기가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분홍색 음료로 입을 헹군 것만으로도 평균 속도가 시속 0.5km 증가, 213m를 더 달려 전반적으로 달리기 능력이 4.4% 늘어났다.

연구진은 "입속을 헹군 상태에서 달리는 동안 쾌감 증가가 보고됐다"며 "이는 달리기 능력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잠재적인 정신 생리학적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pixabay>

과거의 비슷한 연구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 구강 세정제를 사용하면 달리기나 사이클링 같은 종목에서 기록이 향상됐으며, 이는 세정제로 인한 자극이 뇌 속의 운동 출력과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사람들은 더 쾌감을 느끼며 덜 피곤한 상태로 운동을 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카페인 역시 비슷한 운동 효과를 낸다.

이번 연구는 특별히 '단맛을 내는 분홍색'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음료의 색과 맛, 영양 사이에는 즉각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단맛을 내는 분홍색 구강 세정제가 설탕이나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기대를 만드는 경우에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데브 교수는 "운동 중 입 헹굼은 잠재적인 위약 효과(placebo effect)를 통해 탄수화물 구강 헹굼과 유사한 '경기력 향상 약물(ergogenic)'의 이점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연구를 '과학적 확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선 참가자가 10명에 불과한 소규모 연구다. 이전 연구자들도 분홍색 음료에 대한 효과를 확인했지만, 실제로 음료가 다리를 빨리 움직이게 하거나 육체 능력을 향상한다고 확인하지는 않았다.

참가자들은 실험 전에 탄수화물 구강 세정제의 성능 향상을 자세히 설명하는 비디오를 시청했으며, 이번 실험이 두 종류의 상업용 스포츠음료의 입을 헹구는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보를 받은 것도 주목할만 하다. 실험이 실제 무엇인지를 감추기 위한 의도였지만, 이는 일반 가정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특별한 실험이라는 인식을 심어 위약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는 분홍색 음료가 달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영국과 스페인 과학자들의 실험에서는 구강 세정제를 사용하면 운동의 이점 중 하나인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감소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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