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로스코 빌리지의 명물 랫 홀(Rat hole)을 만든 것은 여우다람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뉴욕공과대학교 및 테네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랫 홀의 정체를 밝힌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Biology Letters) 15일자에도 소개됐다.

랫 홀, 그러니까 쥐구멍으로 명명된 이 명물은 지난해 1월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랫 홀이 생긴 것은 20~30년 전 일이지만, 윈즐로 더메인이라는 코미디언 겸 작가가 자신의 X에 사진을 올리고 "시카고 랫 홀 성지순례를 해야 했다"는 글을 곁들이면서 사람들 관심을 받았다.

미국 코미디언이 지난해 1월 7일 X에 올린 사진. 콘크리트에 설치류가 찍힌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랫 홀이라 명명됐고 지역의 명소로 떠올랐다. <사진=윈즐로 더메인 X>

윈즐로가 올린 사진은 콘크리트 바닥에 선명하게 찍힌 시궁쥐 자국을 담았다. 마침 빗물이 고였는데, 사람들이 만든 도시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쥐가 측은했는지 금세 명소가 됐다.

랫 홀이 자리한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은 주변에 초와 꽃, 과자, 곡식을 갖다 놓고 성소 분위기를 만들어놨다. 일부는 랫 홀 사진을 찍어 합성해 다양한 인터넷 밈을 만들었다. 랫 홀 가득 동전을 던지고 행운을 빌거나, 프러포즈를 하는 이도 나왔다. 콘크리트를 부어 랫 홀을 메우는 장난도 이어졌다.

로스코 빌리지 당국은 랫 홀 찍힌 보도 일부분을 떼어내 보존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부터 사람들 사이에서는 랫 홀이 과연 어떤 생물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랫 홀의 사진을 다각적으로 촬영해 어떤 생물이 찍힌 것인지 알아본 연구에 관심이 모였다. <사진=바이올로지 레터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다각도로 찍은 랫 홀 사진을 참고해 생물의 대략적인 크기를 산출했다. 설치류는 분명하다고 본 연구팀은 코끝부터 꼬리까지 길이와 발의 크기, 머리의 너비를 도출했다. 생쥐와 시궁쥐, 다람쥐 등 시카고 지역에 서식하는 설치류 8종의 박물관 표본을 랫 홀과 비교했다.

조사 관계자는 "종에 따라 측정치에 편차가 있는 점, 랫 홀을 찍은 개체의 성별이나 연령이 불분명하다는 점까지 고려해 통계해석방법으로 정체를 파악했다"며 "랫 홀의 형상은 회색다람쥐나 여우다람쥐를 포함한 다람쥐속(Sciurus)에 속할 가능성이 98.67%였다"고 전했다.

이어 "회색다람쥐일 확률은 50.67%, 여우다람쥐일 확률은 48%로 비슷했다"며 "시카고에서는 여우다람쥐가 가장 흔한 점을 고려하면 이 종이 랫 홀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카고 명물 랫 홀의 정체로 생각되는 여우다람쥐 <사진=pixabay>

연구팀은 민첩성이 뛰어난 다람쥐지만 나무에서 뛰어내릴 타이밍을 잘못 잡거나 미끄러져 막 포장한 콘크리트 보도에 흔적을 남긴 것으로 봤다. 꼬리가 다람쥐가 아닌 시궁쥐의 것처럼 보인 점에 대해서는 "털에는 콘크리트와 같은 단단한 소재에 선명한 흔적을 남길 강성이 없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로를 포장하거나 건물 바닥, 벽체를 구성하는 콘크리트는 일반적으로 경화가 빠르고 입자의 결이 거칠어 생물의 털 같은 미세하고 약한 물질은 잘 찍히지 않는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조사에도 얼마든 과학이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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