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들이 장난감에 보이는 집착의 근원은 사람의 의존증과 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놀이를 좋아하는 동물인 개는 이따금 장난감에 상당히 강한 집착을 보이는데, 학자들은 전부터 인간의 의존증과 유사성을 의심해 왔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이달 발간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장난감에 대한 개들의 집착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 살폈다.
실험은 5.22×3.36m 크기의 방에서 진행됐다. 방은 나무 칸막이로 2개 구역으로 나뉘었다. 개와 주인을 위한 의자 2개와 선반을 들였고, 행동을 기록하기 위해 캠코더 4대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우선 주인과 개를 실험실에 들어가게 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3분간 시간을 줬다. 이후 다양한 장난감이 담긴 상자를 제시하고 주인에게 개가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3개를 고르게 했다. 선택한 장난감 중 개가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을 따로 체크했다. 집착을 보이는 장난감의 대조군으로 개 사료를 넣은 푸드퍼즐(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료 급여기)을 준비했다.
실험은 장난감에 대한 개의 호기심이나 동기부여 점수를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하는 14개 테스트로 구성됐다. 개가 장난감을 고르면 30초간 열의나 호기심을 측정하고 장난감을 멀리한 상태에서 주인과 1분 놀게 해 얼마나 집중하는지 살폈다.
또한 개를 다시 단독으로 30초간 놀게 하고, 다시 실험실에 들어온 주인과 30초 놀게 놔뒀다. 주인이 장난감을 던질 때까지 자제심은 어느 정도인지, 장난감에 접촉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푸드 퍼즐을 얼마나 빨리 푸는지 알아봤다. 주인에게는 개 장난감에 대한 동기부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장난감에 대한 동기부여가 매우 높은 개(105마리 중 33마리)는 중독과 같은 경향을 보였다. 의존성이 강한 개는 행동 테스트 중 멀리 떨어진 장난감에 접근하려는 시간이 길었고, 주인 및 음식과 접촉 등 다른 자극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낮았다. 이런 개는 주인의 설문 결과에서도 장난감 소유 유무에 따른 기분 변화가 크고 자제심 결여, 금단증상이 확인됐다.
아울러 이런 개들은 갈구나 자제심 결여를 평가한 항목에서 대체로 낮은 점수를 보였다. 실험 관계자는 “장난감에 대한 과도한 동기부여를 가진 개일수록 의존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며 “장난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인간의 의존증과 그 본질이 유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도박이나 스마트폰 게임, 유튜브 영상 등 인간의 의존증도 놀이에서 기인하지만 중독에 이르는 경우는 소수이며, 대부분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등 좋은 영향을 준다”며 “개도 일부 의존증을 가진 개체를 제외하면 장난감은 건강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매개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