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같은 타인을 보면서도 경우에 따라 더 또는 덜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최근 심리학 연구들은 단순히 얼굴의 생김새나 표정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는가'가 인간성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메두사 효과(Medusa Effect)다.
메두사 효과란 사진 속 사람보다 사진 속 사진에 담긴 인물이 덜 실제적이고 덜 인간적이라고 인식하는 현상이다. 메두사 효과는 표현 단계가 한 번 늘어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생각과 감정, 의지 같은 정신적 능력을 덜 부여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 개념은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와 영국 요크대학교 연구팀의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제시됐다. 이들이 낸 실험 보고서 '메두사 효과로 드러난 마음 속 지각 수준(The Medusa Effect Reveals Levels of Mind Perception in Pictures)'은 이후 많은 학자들의 참고가 됐다.
연구팀은 사진 속 사람(L1)과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사진 속 사람(L2)에 대한 피실험자들의 인식 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L2에 더 낮은 수준의 사고 및 감정 능력을 부여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지각은 표현이 추상화하는 수준에 따라 줄어든다고 추측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심리학자들은 첫 번째 원인으로 추상화 자체를 꼽는다. 사람은 가장 직접적인 정보지만 사진은 이미 현실을 한 단계 추상화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사진 속 사진은 다시 한 번 현실에서 멀어진다. 인간의 뇌는 이처럼 표현 단계가 늘수록 그 대상이 실존한다는 감각을 점차 약하게 형성하는 경향이 있고, 결국 상대방의 정신적 실재감을 덜 느끼게 만든다고 여겨진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인간이 가진 마음 지각 체계가 꼽힌다. 사람은 타인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이 존재는 생각할 수 있는가"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그런데 사진 속 사진은 정보가 간접적으로 전달되기에 뇌가 상대방의 의식과 감정을 더 약하게 추론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동일한 인물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인간성이 다르게 평가된다.
일본 큐슈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실험에서 메두사 효과가 단순히 사진의 화질이나 얼굴 인식 문제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메두사 효과가 특정 문화권이나 실험 환경에 국한하지 않는 일반적인 현상임을 알아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같은 해 실험에서 사진 인쇄물과 디지털 화면 모두에서 메두사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화상회의 화면처럼 상호작용 가능성이 느껴지는 매체에서는 효과가 다소 약해졌다. 연구팀은 인간이 실제 소통 가능성을 느끼면 상대의 정신적 존재감이 살아난다고 해석했다.
일본 큐슈대학교 징한 박사 연구팀은 올해 3월 낸 조사 보고서 '얼굴 조작 전반에 걸친 강력한 메두사 효과(Robust Medusa Effect Across Facial Manipulations)'에서 선행연구들이 세운 가설들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사진 속 얼굴을 뒤집고 마스크 또는 선글라스로 가리거나,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얼굴을 사용해도 메두사 효과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징한 박사는 "사람들은 얼굴 정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진 속 사진의 인물에 더 미미한 인간성을 부여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메두사 효과가 얼굴 특징 때문이 아니라 표현 구조 자체에 의해 발생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두사 효과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현대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SNS 프로필, 아바타, 영상 캡처, AI 생성 이미지 등 간접적 표현물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우리는 상대를 실제 인간보다 덜 인간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다.
온라인 공간에서 공감능력이 줄고 혐오를 쉽게 드러내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결국 메두사 효과는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할수록 인간관계와 사회적 공감의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