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너무 많이 꾸면 일어난 뒤 피곤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인터넷에는 꿈을 자주 꾸면 수면의 질이 나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빈번한 꿈은 정말 우리 몸이 피곤하다는 신호일까.
수면과 꿈을 연구해 온 학자들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꿈을 많이 꾸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꿈을 기억하게 만드는 수면 상태가 피곤함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자들 생각이다.
이 분야에 대해 가장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는 독일 학자들이 2018년 발표한 ‘자각몽 빈도와 수면의 질 사이의 관계(The relationship between lucid dream frequency and sleep quality)’다. 연구팀은 학생과 일반인 1800명 이상을 조사해 자각몽 빈도와 수면의 질의 관계를 분석했다. 자각몽은 꿈을 꾸면서도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실험 결과, 꿈을 자주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면의 질이 나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꿈 경험과 수면의 질 사이의 관계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며, 꿈 자체가 수면 회복 기능을 방해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를 이끈 독일 마인츠대학교 셀리나 샤도 박사는 “우리 실험은 꿈을 많이 꾸면 피곤하다는 통념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꿈의 실체는 상당히 복잡해 피로와 연관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2025년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꿈을 기억하는 능력은 수면 구조와 개인 특성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고 강조했다. 18~70세 성인 200여 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팀은 수면의 질과 꿈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꿈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독일 만하임정신건강연구소 마이클 슈레들 연구원은 2020년 실험 보고서 ‘수면장애 환자의 꿈 회상 및 악몽의 빈도(Dream Recall and Nightmare Frequency in Patients with Sleep Disorders: A diary study)’를 내고 빈발하는 꿈과 수면의 질 사이의 관계는 모호하지만, 잠이 자주 끊어지는 경우 건강의 이상 신호라고 지적했다.
불면증과 기면증,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여럿 조사한 연구원은 불면증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꿈 회상 빈도가 높고 악몽도 더 자주 보고하는 점에 주목했다. 수면 중 각성이 잦을수록 꿈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실험은 수면이 깊고 연속적으로 유지되면 꿈을 꾸더라도 잊히는 경우가 많지만, 중간에 자주 깨면 꿈이 기억에 남기 쉽다는 가설을 뒷받침했다. 연구원은 이런 잦은 각성 자체가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의심했다.
꿈은 렘(REM) 수면 단계에서 생생하게 나타나기에, 이때 몸의 상태를 살핀 실험도 많다. 마이클 슈레들 연구원은 2019년 조사 보고서 ‘렘수면 유무에 따른 수면 지연 테스트(Dream recall after Multiple Sleep Latency Test naps with and without REM sleep)’를 내고 렘수면 중 깨어난 사람들의 꿈 회상률이 비렘수면에서 깬 이들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렘수면 자체가 문제가 아니며, 렘수면 도중 반복적으로 깨는 경우 꿈은 더 잘 기억되지만 수면의 연속성이 깨져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봤다.
참고로 꿈과 피로의 관계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2017년 낸 실험 보고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꿈 회상 빈도와 수면의 질’에서 피실험자 중 꿈을 자주 기억하는 그룹이 오히려 주관적 수면의 질 점수가 높았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꿈의 회상 빈도와 수면의 질 사이에 단순 비례관계는 파악되지 않아, 꿈을 많이 기억한다고 해서 수면 상태가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꿈을 자주 꾸면 피곤하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학자들은 꿈 자체가 피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수면 중 각성과 수면 단절이 피로를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아침마다 꿈이 생생하게 기억되면서 피곤하다면 수면의 질 자체를 의심하고, 자고 일어날 때 상쾌하면서 많은 꿈이 기억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지금까지 연구의 결론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