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몸을 빠져나가는 유체이탈은 과연 가능할까. 학자들이 유체이탈 경험자들을 모아 실험한 결과, 정작 주어진 과제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참가자들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져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의과대학교 지각연구부 마리나 와일러 박사 연구팀은 유체이탈 중 사람이 일반적인 감각으로 알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검증한 실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성과를 담은 실험 보고서 ‘유체이탈 시도 중 주관적 보고와 시각적 표적의 일치도 평가(Assessing correspondence between subjective reports and visual targets during attempted out-of-body experiences)’는 국제 학술지 익스플로어(EXPLORE) 11월 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브라질에서 유체이탈 유도법을 오랫동안 연마한 사람들을 모집했다. 40명을 모았는데, 최종적으로 21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이들은 유체이탈을 유도하는 기법을 평균 19년가량 연습한 자칭 베테랑들이었다.
피실험자들은 방에서 뇌파계(EEG)를 착용한 채 유체이탈을 시도했다. 약 7m 떨어진 별도의 방에 노트북을 놓고, 미리 준비된 100장의 이미지 가운데 무작위로 한 장이 뜨게 했다. 어떤 이미지가 선택됐는지 아무도 알 수 없게 했다. 실험 참가자가 유체이탈을 통해 다른 방으로 이동해 노트북 화면을 봤다고 느끼면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는 실험이었다.
21명 중 10명은 실험 도중 실제로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분석에 사용할 만한 표적 묘사를 내놓은 사람은 13명이었다. 연구팀은 사전학습 언어모델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설명과 100개 이미지의 설명을 수치화하고 의미가 얼마나 비슷한지 계산, 거짓말을 최대한 걸러냈다.
결과는 유체이탈 실패였다. 13명 가운데 실제 노트북에 나타난 이미지를 우연 이상의 확률로 맞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체 결과를 합쳐 분석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연구팀이 애초 계획하지 않았던 곳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마리나 와일러 박사는 “두 참가자는 노트북 이미지는 맞히지 못했지만 옆방에 있던 연구원들의 위치와 행동을 정확히 묘사했다”며 “한 참가자는 연구원 한 명이 왼쪽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다른 한 명은 방 뒤쪽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연구원들이 어느 쪽에 있었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올바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일은 과거 유체이탈 실험에서도 보고됐다. 1960년대 미국 심리학자 찰스 타트가 유명 유체이탈 경험자 로버트 먼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먼로는 숨은 표적을 맞히지 못했지만, 실험실 밖에 여성 연구원과 그 남편이 서 있는 상황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물론 이런 사례가 유체이탈이나 초감각적 지각의 증거는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옆방 연구원들의 행동은 애초 검증 대상이 아니어서 우연히 맞힐 확률을 계산하거나 통계적 의미를 부여하기 애매하다. 연구팀 역시 본 실험 결과는 유체이탈을 통한 비정상적 인지능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연구팀은 정적인 이미지보다 동적인 대상이 유체이탈을 경험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더 끌 가능성에 주목했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향후 다른 방에 있는 사람이 눈에 띄는 색상의 옷을 입는 등 일정 조건을 정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마리나 와일러 박사는 “결과적으로 유체이탈 능력을 입증하려던 실험은 실패했다”면서도 “아무도 맞히라고 하지 않은 것을 두 사람이 묘사한 점에서 우리에게는 뜻밖의 새 실험 과제가 생겼다”고 언급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