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70마리 대상으로 시각·청각 연관성 실험
부바·키키 효과, 인간의 전유물 아닐 가능성

개들도 사람과 비슷하게 소리와 모양을 연결할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명 부바·키키 효과로, 단어를 듣고 대략 형상을 추론하는 능력이 사람만 가진 것은 가능성에 관심이 모였다.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동물행동학자 엘레오노라 비피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이달 14일 영국 왕립학회보 B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반려견 70마리를 대상으로 소리와 시각적 형태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부바·키키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1920년대 발견된 부바·키키 효과는 인간이 특정 소리를 일정한 모양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현상이다. 학자들은 모서리가 둥근 도형 및 뾰족한 도형의 그림을 각각 보여주고 어느 쪽이 부바(Bouba)이고 키키(Kiki)인지 연결하게 했다. 피실험자들은 대체로 모서리가 둥근 도형을 부바, 뾰족한 도형을 키키라고 추측했다.

이 현상은 인간의 뇌가 서로 다른 감각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연구팀은 인간의 말소리를 구별하고 여러 단어를 학습하는 개에게도 비슷한 능력이 나타나는지 알아봤다.

부바·키키 현상은 특정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형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첫 번째 실험에는 반려견 51마리와 보호자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방 양쪽에 화면과 스피커를 설치하고, 개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한 뒤 부바 또는 키키라는 음성을 들려줬다. 화면에는 모서리가 둥근 도형과 뾰족한 도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약 15분간 진행된 실험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개의 머리 방향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특정 소리가 들릴 때 개가 어느 도형을 바라보는지 살폈다.

반려견 19마리를 대상으로 신행한 두 번째 실험에서 보호자들은 록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썼다. 보호자가 실험 음성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면 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반려견을 대상으로 진행된 부바·키키 효과 검증 실험 <사진=엘레오노라 비피>

결과는 흥미로웠다. 개들은 전반적으로 부바라는 소리를 들을 때 둥근 도형을, 키키라는 소리를 들을 때 뾰족한 도형을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다. 보호자가 실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조건에서도 비슷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두 실험 사이에는 차이도 있었다. 앞선 실험에서는 개들이 뾰족한 도형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보호자가 헤드폰을 착용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이런 편향이 사라졌다.

연구팀은 보호자의 무의식적인 신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검토하면서도, 개가 본래 뾰족한 형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성향을 지녔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늑대와 초기 개의 얼굴에서 상대적으로 각진 특징이 나타난다는 점도 관련 가설로 언급됐다.

이번 실험은 부바·키키 현상이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엘레오노라 비피 박사는 "이번 실험이 개가 사람처럼 머릿속에 모양을 상상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며 "실험에서 확인한 것은 특정 소리를 들었을 때 특정 도형을 더 바라보는 행동상의 경향이고, 이러한 반응이 선천적인지, 인간과 오랫동안 생활하며 학습한 결과인지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 연구는 언어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소리와 형태를 연결하는 능력이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면, 언어가 발달하기 전부터 여러 동물이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는 공통된 인지 체계를 갖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도 부바와 키키를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개와 병아리처럼 서로 다른 동물에서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소리와 형태의 관계가 인간의 언어나 문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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